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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편이다. 전작인 <라라 선샤인>에선 한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의 섬세한 내면을 잘 다듬어진 미장센과 함께 치밀하게 파고들었던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시작하는 연인들>이다. 역시 만만치 않은 소재를 택했다. 남자친구의 커밍아웃으로 힘들어하는 여성 방송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성애라는 예민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막상 영화 속 퀴어 코드는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김아론 감독 역시 굳이 이 작품을 퀴어 영화로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동성애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건 자신이 없었다. 남자친구 원재를 빼앗아간 동화에게 주인공 호정이 느끼는 감정은 사랑에 대한 상실감이다. 다른 여자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기는 것과 같은 감정인 거다.” 말 그대로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멜로를 표방한다. 그 속에 퀴어 코드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영화 전체의 색감을 형성한다.
김아론 감독은 두 편의 장편 영화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세 편의 작품이 모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는 고향처럼 푸근한 곳이다. 첫 작품을 만드는 데 300만 원, 그리고 다음 작품이 3,000만 원, 이번 작품은 3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규모는 커졌지만 편해진 것은 아니다. “매번 상황은 똑같다. 항상 목표는 예산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완성시키는 거니까.” 워낙 미술에 관심이 많은 김아론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엔 미장센을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번 작품에선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했다. “호정 역할의 조안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잘하고 싶은데 많이 도와주세요’란 말을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단 1초 만에 ‘정말 잘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현장은 순탄하게 돌아갔다. 촬영이 끝난 후 흩어진 배우와 스태프들이 여전히 김아론 감독의 현장을 그리워하고 있다.
잔잔함 속에 도발적인 코드를 섞어놓은 영화 <시작하는 연인들>은 올해 하반기 개봉을 준비 중이다.
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