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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영화’ 는 300만이 한계?

MOON성元 2009. 6. 12. 15:10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 뒷심이 급속히 사그라들고 있다.

감독, 배우들의 높은 이름값과 국내 최대의 영화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배급력, 막대한 마케팅 물량공세, 칸국제영화제 초청 등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두 편 모두 개봉 2주차만에 흥행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개봉 첫 주말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기세 등등하게 출발했으나 바로 다음 주부터 순위가 급락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개봉한 ‘박쥐’는 11일까지 220만여명을 동원했다. 개봉 한달이 넘고 상영관수가 수십개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변이 없는 한 관객을 더이상 크게 불리긴 어려운 형편이다. 5월 28일 개봉한 ‘마더’는 241만여명. 개봉 첫 주 목~일요일 동원관객이 121만명이었던데 반해 2주차에선 같은 요일간의 집계치가 절반쯤인 62만명이었다. 속단키는 어렵지만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괴물’(1302만명)은 물론이고 출세작인 ‘살인의 추억’의 525만명에 한참 뒤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더

‘국가대표급’ 감독에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영화계의 환호, 평단의 열광적인 찬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흥행이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는 뭘까.

 

첫 손에 꼽히는 원인은 이들 영화가 관객들의 심리와 정서를 압박하는 ‘불편한 영화’라는 데 있다.

 

일단 성애, 구타, 살해, 흡혈 장면들을 여과없이 노골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시각적 불편함을 던져준다. 사회의 통상적인 윤리나 관습을 위반하는 도덕적 불편함도 크다. ‘박쥐’는 살인, 흡혈, 불륜에 빠진 사제를 주인공으로 했고, ‘마더’는 살인누명을 쓴 아들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극단까지 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한국영화팬은 최대 몇 명이나 될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그 바로미터다.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금기인 근친상간을 다루고 있는데다 노골적인 성애와 잔혹한 폭력 장면이 영화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영화사를 뒤에 업은 배급력과 마케팅 물량공세도 영화의 잠재적인 관객층을 ‘최대’로 극장에 끌어들여 326만명을 기록했다.

 

          박쥐

평단과 관객의 일치된 찬사를 얻었던 봉 감독의 전작과 달리 ‘마더’는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고 있다. 마치 박찬욱 감독 영화의 반응같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관객들의 기대에 대한 배반이다. 대다수는 감동의 모성 드라마를 보고자 했지만 뚜껑을 여니 ‘마더’는 흉포한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극한의 스릴러였다.

 

‘살인의 추억’과 ‘괴물’는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공적’이 있었지만 ‘마더’에는 없다. 새끼를 위해 야만성과 악마성을 드러내는 어머니를 용납할 수 있을까. 대답키 어려운 도덕적 딜레마는 관객들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준다. ‘어머니’를 둘러싸고 모든 등장인물 사이에 흐르는 성적 긴장감도 많은 관객들이 불쾌해하는 것 중 하나다. 

 

‘마더’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한국 상업영화에서 시도할 수 있는 불편함의 최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의미심장한 숫자로 남을 것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