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로봇 액션, 왜 느낌이 없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MOON성元 2009. 6. 16. 11:57


더 크게, 더 비싸게.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속편에 적용하는 법칙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 법칙을 적용하면 대부분 망한다는 것이다.

‘변신 로봇’이라는 소년의 꿈을 스크린에 구현한 영화 <트랜스포머>는 2007년 전세계 극장가를 휩쓴 화제작이었다. <트랜스포머>는 한국에서도 750만 관객을 불러모아,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오는 24일 한국, 미국에서 동시 개봉하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사진>은 그 후속편이다. 감독(마이클 베이), 주연(샤이아 라보프·메간 폭스), 제작자(스티븐 스필버그)가 같다. 전편에서 등장한 옵티머스 프라임, 범블비, 메가트론 등 주요 로봇 캐릭터도 다시 볼 수 있다.

전편에는 10여종의 로보트가 등장한 반면, 이번에는 60여종이 활약한다. 제작비는 5000만달러를 더 써서 총 2억달러가 들었고, 상영 시간은 12분 늘어 147분에 달한다. 물량으로만 보면 <패자의 역습>은 ‘속편의 법칙’을 확실하게 구현한다.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된다. 전편에서 패배한 악의 무리 디셉티콘 군단이 반격해오자, 대학에 진학해 평범한 생활을 하던 샘과 오토봇 군단이 힘을 합해 평화를 수호한다. 이 단순한 줄거리가 어떤 시각 효과, 물량으로 구현되는지가 관건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건강을 따지겠는가.

하지만 햄버거에 맛조차 없으면 큰 일이다. 베이 감독은 괜찮은 재료를 준비했지만, 좋은 요리를 만들지 못한 주방장 같다. 로봇의 변신 과정과 액션, 음향 효과에는 공을 들였건만, 그것을 견고한 구조물로 완성시키는 데는 서툴다. 거대한 로보트가 격하게 치고받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작의 합(合)은 그려지지 않는다. 로봇과 전투기, 항공모함과 폭탄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 감정은 미동도 하지 않는 이유다.

양념처럼 가미된 유머는 유치하고, 주연 남녀의 로맨스는 낯간지럽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터무니없이 비장한 독백은 전편에서 실소를 자아낸 부분이었는데 이번엔 인류의 기원, 역사, 운명까지 논한다. 진담이라고 보기엔 우습고, 농담으로 보려니 웃기지 않다.

전편은 소년과 ‘소년의 꿈’을 간직한 성인을 모두 만족시킬 만한 상업영화였지만, <패자의 역습>에 환호할 이는 소년뿐이다. 샤이아 라보프는 내한 기자회견에서 “전편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모두 풀어냈기 때문에, 이번엔 액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연 스스로 영화가 지루해진 이유를 고백한 셈이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