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은 인터뷰 내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어떤 질문에도 크게 웃으며 답했다. 지난달 3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일이든 일상이든 사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 듯 보였다. 오는 23일 ‘해운대’의 개봉을 앞두고도 전혀 불안한 기색이 없다. 걱정보다는 설렘과 자신감이 돋보였다.
“관객들은 ‘쓰나미가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겠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쓰나미 외에도 강력한 드라마까지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영화예요.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볼거리는 화려한데 감동은 미흡하잖아요. 물론 CG도 궁금하겠지만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해운대’가 보통 재난영화와 다르고, 그래서 더 재밌어요.”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마저도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단 출연작이 결정되면 흥행 여부를 고민하기보다 앞뒤 보지 않고 달린다. 원없이 즐기며 연기하자는 것이 그녀의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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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기하면서 큰 슬럼프도 없었어요. 작품을 찍을 동안은 ‘이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관객은 얼마나 들까’ 등을 생각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도 관객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정말 좋겠지만 열심히, 즐겁게 한 것만으로 만족해요.”
윤제균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 그가 연출한 영화 ‘1번가의 기적’에 출연했고, 그가 제작에 참여한 ‘색즉시공 시즌2’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는 우정출연을 했다. 윤 감독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영화 출연을 약속했지만, 하지원은 시나리오를 보고 난감했다고 고백했다.
“제가 횟집 주인이더라고요. 역할 모델을 찾기 위해 부산의 횟집을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제 나이 또래의 사장님이 없었어요.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나 난감했죠.”
윤 감독은 부산 사투리를 100% 완벽하게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일단 사투리를 해보자는 생각에 비슷한 나이의 사투리 선생님을 모시고 일상생활을 했다. 말투가 달라지니 행동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연희’에 접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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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연습을 하다 보니 감독님이 왜 그렇게 사투리를 강조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 역은 좀 더 옆집언니 같은 평범한 캐릭터예요. 더 사람 냄새 나는 연희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이미 정점에 올랐다. ‘황진이’로 연기대상까지 탔으니 배우로서 큰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영화로 넘어오면 그가 썩 운이 따르는 배우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녀가 한 작품들이 상당 부분 흥행의 맛을 봤으나 하지원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느끼는 갈증이 더 큰 것 같아요. ‘더, 더’를 외치며 욕심을 내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거예요. 다음 생에도 여배우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정지연 기자/jyjeong@heral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