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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개봉 앞둔 하지원 “연기는 행복한 것”

MOON성元 2009. 7. 3. 12:06

하지원은 인터뷰 내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어떤 질문에도 크게 웃으며 답했다. 지난달 3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녀는 일이든 일상이든 사는 것 자체가 즐거움인 듯 보였다. 오는 23일 ‘해운대’의 개봉을 앞두고도 전혀 불안한 기색이 없다. 걱정보다는 설렘과 자신감이 돋보였다.



“관객들은 ‘쓰나미가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겠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쓰나미 외에도 강력한 드라마까지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영화예요. 할리우드 재난영화는 볼거리는 화려한데 감동은 미흡하잖아요. 물론 CG도 궁금하겠지만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해운대’가 보통 재난영화와 다르고, 그래서 더 재밌어요.”


어지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성격이다. 본인마저도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말할 정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단 출연작이 결정되면 흥행 여부를 고민하기보다 앞뒤 보지 않고 달린다. 원없이 즐기며 연기하자는 것이 그녀의 삶의 방식이다.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큰 슬럼프도 없었어요. 작품을 찍을 동안은 ‘이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관객은 얼마나 들까’ 등을 생각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아요. 이번 영화도 관객이 많이 사랑해주시면 정말 좋겠지만 열심히, 즐겁게 한 것만으로 만족해요.”


윤제균 감독과는 인연이 깊다. 그가 연출한 영화 ‘1번가의 기적’에 출연했고, 그가 제작에 참여한 ‘색즉시공 시즌2’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는 우정출연을 했다. 윤 감독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영화 출연을 약속했지만, 하지원은 시나리오를 보고 난감했다고 고백했다.


“제가 횟집 주인이더라고요. 역할 모델을 찾기 위해 부산의 횟집을 여러 군데 다녀봤는데, 제 나이 또래의 사장님이 없었어요.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해야 하나 난감했죠.”


윤 감독은 부산 사투리를 100% 완벽하게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일단 사투리를 해보자는 생각에 비슷한 나이의 사투리 선생님을 모시고 일상생활을 했다. 말투가 달라지니 행동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연희’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투리 연습을 하다 보니 감독님이 왜 그렇게 사투리를 강조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이번 역은 좀 더 옆집언니 같은 평범한 캐릭터예요. 더 사람 냄새 나는 연희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이미 정점에 올랐다. ‘황진이’로 연기대상까지 탔으니 배우로서 큰 봉우리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영화로 넘어오면 그가 썩 운이 따르는 배우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그녀가 한 작품들이 상당 부분 흥행의 맛을 봤으나 하지원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느끼는 갈증이 더 큰 것 같아요. ‘더, 더’를 외치며 욕심을 내는 거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는 거예요. 다음 생에도 여배우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정지연 기자/jyjeong@heraldm.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