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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애자'는 나를 지옥서 건져준 작품"

MOON성元 2009. 8. 31. 13:20


[클로즈 업] 영화 '애자'로 3년만에 복귀

최강희라는 딸 만나 수다도 떨고

감독덕분에 연기감각 다시 살아나

'김영애 아직 녹슬지 않았구나'

느끼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우리 엄마 같았어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배우 김영애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영화 <애자>(감독 정기훈ㆍ제작 시리우스픽처스ㆍ9월 10일 개봉)에서 철부지 딸 애자(최강희)의 엄마 영희 역을 맡아 3년 만에 팬들 곁으로 돌아온 김영애. 그는 인터뷰 전날 언론시사회를 통해 본 본인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고 했다.

"어머니가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던 터라 잘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많이 미안했어요. 이번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이 나 많이 울었어요."

2004년 자신이 경영하던 ㈜참토원에만 전념하겠다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던 김영애. 이후 2006년 KBS 2TV 드라마 <황진이>의 백무 역으로 화려하게 컴백하더니 2008년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의 '충격 황토팩 중금속 검출' 방송으로 인한 참토원의 타격으로 다시 모든 연기활동을 중단했다.

참토원은 법정 싸움 끝에 승소한 뒤 명예를 회복했지만, 김영애 본인은 인생의 파고가 지나간 자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그 와중에 이혼과 모친상까지 겪으면서 지옥을 경험했던 그에게 동아줄처럼 내려온 것이 영화 <애자>였다.

"저를 지옥에서 끌어올려준 작품이에요. 39년간 연기활동을 하면서 친구도 없이 외로웠는데 최강희라는 딸을 만나 수다도 많이 떨고 정기훈 감독 덕분에 연기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걸 느꼈어요. 관객들이 '김영애 아직 안 죽었구나' 느끼셨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김영애는 이번 영화에서 툭하면 사고를 일으키는 딸 애자를 휘어잡는 억척스러운 부산 아줌마로 변신했다. 딸과 티격태격할 때는 억세고 무뚝뚝한 엄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 모두의 엄마' 같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김영애가 다시 '국민 엄마'로 다시 복귀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저는 오히려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보다 '좋은 배우''최고의 배우'라는 소리가 더 좋아요. 칭찬을 좋아하지만 연기 이외의 것에서 받는 칭찬은 쑥스럽고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 최강희와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하루 3~4시간씩 수다 떠는 것은 물론 진짜 모녀이자 친구 같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강희는 '4차원 소녀'라는 수식어가 연기하는 데 제약이 됐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보시면 알겠지만 철 없고 고집 센 캐릭터를 얼마나 잘 연기했나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친구죠."

김영애는 현재 참토원의 모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다. 'All or Not.' 그가 살아가는 원칙이다. 완벽주의적인 그의 성격으로 봤을 때 연기를 시작한 이상 두가지를 병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기도 그렇지만 세상 일이 절대 쉬운 게 없더라고요. 죽기 살기로 해도 어떤 일이 닥칠 지 모르는 거잖아요. 사업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다양한 경험과 함께 먹고 살 걱정 없게 해줘서 참 고마워요. 사물ㆍ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커졌고요. 결코 후회는 없어요."

이번 영화의 홍보가 끝나면 홀로 여행을 떠난다. 골프와 여행은 김영애가 찾은 새로운 취미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여행은 사는 게 너무 고달플 때 제 숨구멍이었어요. 아무 것에도 구속 받지 않고 곳곳을 누비는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욕심나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면서 그 동안 못다한 여유를 즐기려고요."

스포츠한국 최승혜기자 csh1207@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