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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김혜나는 아직 대중에게 낯선 배우다. 데뷔작 '꽃섬' 이후 영화 출연작만 10편 이상이지만 대체로 독립영화이거나 흥행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해 얼굴을 많이 알리지 못했다.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에도 출연했지만 시청률이 높지 않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독립영화의 퀸'으로 유명한 김혜나는 데뷔 초 "배우 김혜나보다는 캐릭터로 더 알려지고 싶다"고 했지만 이제는 유명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8년 전 영화인 '꽃섬'이 아직까지 김혜나라는 배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 공포영화 못 보는 호러퀸?
영화 '거울 속으로' '레드 아이', 케이블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등 유난히 공포영화 출연작이 많았던 김혜나가 다시 한번 호러퀸에 도전했다. 정작 자신은 공포영화를 제대로 못 본다는 그는 "연기하는 건 괜찮은데 관객으로서 보는 것은 아무리 봐도 내성이 안 생긴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혜나가 영화 '요가학원'에서 맡은 역할은 성형의 실패와 이혼의 상처로 의심과 증오에 사로잡힌 유경이라는 인물이다. 유진, 박한별, 이영진, 조은지, 차수연, 황승언 등 미모의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경쟁심도 있었을 법하지만 "촬영 후 따로 여행도 같이 가고 종종 만날 정도로 친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영화 속 배경이 요가학원인 만큼 요가 연습은 필수였다. "이미 수년간 해왔던 유진도 힘들어 했을 정도였죠. 저도 운동 많이 한다고 자부했는데 관절이 안 아픈 데가 없었어요. 보름 지나니까 몸이 너무 가벼워지고 잠도 잘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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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유경처럼 김혜나에게도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지 물었더니 소탈한 성격답게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콤플렉스 덩어리에요. 몸통보다 팔다리가 두꺼워요. 예전엔 허리는 24인치인데 허벅지가 굵어서 28인치 바지를 입은 적도 있죠. 팔다리 살을 빼려고 웬만하면 걸어다녀요. 또 피부가 까무잡잡해서 10년째 화이트닝을 하고 있어요. 입도 약간 튀어나와서 한때 수술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실제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 "연기 9년차, 서른 되고 철 들었죠"
어느덧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된 김혜나는 9년의 연기생활을 뒤돌아보며 "20대 때는 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때는 연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그만둘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때는 살도 많이 찌고 연기에 집중도 못했다고 한다.
방황하고 있던 김혜나를 다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해준 작품이 '내 청춘에게 고함'이었다. 두 달 동안 10kg을 감량하고 있던 차에 제의가 들어온 이 작품에 출연하며 김혜나는 '배우로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는 "그 이후로 조금씩 철이 들어갔고 작년에는 제대로 철이 들었다"고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김혜나는 가수인 남자친구 김현성과 1년 8개월째 열애 중이다. "욱해서 함부로 말을 할까봐 존댓말을 쓰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덜 싸우게 된다"고 말한 김혜나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더니 "아직은 각자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두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혜나는 올 초 촬영을 마친 영화평론가 출신 정성일 감독의 '카페 느와르'로 '꽃섬'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한 번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을 예정이다. 독립영화계에서는 이미 스타이지만 김혜나는 뒤늦게 조금씩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카페 느와르'와 함께 '요가학원'은 김혜나에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떠들썩한 새 출발은 아니지만 제법 그럴싸한 새로운 시작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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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