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양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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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여자가 하나 있다. 그 여자를 노리는 악당들이 있다. 그들은 어디선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 여자가 악당들의 목표가 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사이코패스인 그들에게 눈의 띄였다는 잘못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여자는 악당들에 의해서 납치되거나 강간당하고, 마지막에는 살해된다. 그리고 그 악당들을 쫓는 형사 혹은 그 누군가가 등장한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하나같이 스릴러라는 장르 속에서 형사와 같은 선한 자가 악한 자를 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격자>나 <살인의 추억> 등이 이러한 스릴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닌 영화가 등장했다.
이 영화는 제3자의 선한 자가 등장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가족이 직접 악한 자들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악한 자들을 처벌하는 방법이 악한 자들보다 더 지독하고 섬뜩하다.
바로 웨스 크레이븐의 영화(국내에서는 <분노의 13일>로 비디오 출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지금의 웨스 크레이븐을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 더 충격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관객들 앞에 나섰다. 그 영화가 바로 9월 3일 개봉 예정인 영화 <왼편 마지막 집>이다.
선한 자를 분노케 하면, 반격이 온다!
존과 그의 아내 엠마 그리고 딸 메리는 호숫가의 그들만의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메리는 산장에 있는 것이 따분하여 부모님의 차를 빌려 시내에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게 되고, 그러던 중에 내성적인 성격의 저스틴을 만나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존과 엠마는 딸 메리가 차를 끌고 나간 것에 대하여 걱정이 앞서고, 메리가 친구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산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부부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찰나, 산장에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네 남녀가 찾아오게 된다.
산 속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네 남녀를 재워주기로 한 부부는 그들에게 별채를 내어주지만, 엠마는 그들이 수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느낌도 잠시, 산장에 피투성이가 된 딸 메리가 가까스로 찾아오게 되면서 부부는 별채에 머무르는 네 남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지금의 웨스 크레이븐을 있게 한 <왼편 마지막 집>
영화 <왼편 마지막 집>은 지금의 웨스 크레이븐을 있게 해준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스크림> 시리즈와 <나이트 메어> 시리즈를 완성할 수 있었고, 현재 공포영화의 거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공포영화 마니아들에게 지금도 웨스 크레이븐의 <왼편 마지막 집>은 유명한 작품으로 각인되어 있다. 웨스 크레이븐의 데뷔작으로, 지금의 그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설정이 제대로 된 스릴감을 형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왼편 마지막 집>의 본래 원작은 1960년작 <처녀의 샘>이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러브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신앙이 깊은 두 부부가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 당시에는 무척 파격적인 영화였다.
이 영화를 웨스 크레이븐이 저예산 공포영화로 리메이크하여 <왼편 마지막 집>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웨스 크레이븐은 제작을 맡고, 데니스 일리아디스가 감독을 맡아 그 리메이크작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파격적인 줄거리와 설정 자체만으로도 스릴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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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우선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스릴러로써의 스릴감은 최고조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순간에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영화가 바로 <왼편 마지막 집>이다.
이것은 공포 스릴러 영화로써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한다. 긴장감을 잠시 늦췄다가 최고조로 올려놓는 그 순간순간을 제대로 요리할 줄 아는 영화인 것이다. 그리하여 관객들은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영화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영화가 이렇게 스릴 넘치는 이유는 우선 파격적인 줄거리와 설정에 있다. 어느 한 여자가 처참하게 죽고 난 후에, 누군가가 나서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기존의 영화가 이러했다면 여기서 몇몇 변주를 시도하는 영화가 <왼편 마지막 집>이다.
피해자의 집에 우연히 가해자가 들어서게 되고, 양쪽 모두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다. 그런데 피해자 쪽에서 가해자의 정체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고립되어 있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알고 분노한 피해자 가족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이러한 설정 자체에서부터 영화는 변주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주는 관객들에게 기막힌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만이 모든 사실을 아는 순간이 발생하는데, 바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만나는 상태다.
여기서 관객들은 잔잔한 분위기 속에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게 된다. 극 중 인물들은 모르는 상황을 관객들만이 알고, 그들이 처해있는 위험까지도 관객들만이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의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이다.
수위가 높은 폭력 혹은 살해 장면의 연속
영화 <왼편 마지막 집>이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도록 만드는 힘은 잔인한 장면 안에도 있다. 영화는 무척이나 잔인한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비춰준다. 이는 관람 등급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보면 몇몇 장면들은 눈뜨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것들도 있을 정도다.
특히 사실적인 부분에서 더욱 더 잔인하다. 여자가 강간 당하거나 살해 당하는 장면은 너무 사실적이다. 게다가 의사인 존이 악한 자들을 치료해주는 그 모습조차도 무척이나 사실적이어서 끔찍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하여 다소 영화는 일부 관객들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즉, 영화 자체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대부분의 공포 스릴러가 그러하겠지만 <왼편 마지막 집>은 사실적인 잔인성을 제공하는 것에서 그 수위가 높은 편이다.
선한 자가 악한 자가 되고, 악한 자가 선한 자가 되는 아이러니함
영화는 모순되는 상황에서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모순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즉, 영화 속의 '왼편 마지막 집'은 선한 자가 악한 자가 되고, 악한 자가 선한 자가 되는 모순된 공간이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영화의 초반부를 감상할 수 있다. 누가 선한 자이고, 누가 악한 자인지에 대해서다. 이것은 너무나도 명확하여 어느 누구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설정이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관객들은 묘한 상황 속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확실히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구분할 수 있지만, 초반부보다는 그 정도가 약해진다. 구분은 되지만, 명확하지는 않은 상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선한 자들의 복수 과정이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악한 자들이 초반부에 보이는 폭력성과 잔인성보다 선한 자들이 복수 과정에서 보이는 폭력성이나 잔인성이 더 높다. 오히려 '숨겨진 악한 자들이 아니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낳는다.
특히 마지막 충격적인 장면은 세상에 누가 선이고 악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악한 자들보다 더 악한 아이디어로,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방법을 강구하는 선한 자들이 과연 계속 선으로 비춰질 수 있을까?
그리하여 관객들은 영화가 결말을 향해 다가감에 따라 선한 자들의 편에 서서만 영화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선한 자들이 복수라고 하면서 내비치는 모습들은 통쾌하면서도 너무 지나친 바가 있어 불쾌하기까지 한 것이다.
흥미로운 영화이면서 불편한 영화, <왼편 마지막 집>
영화 <왼편 마지막 집>은 확실히 흥미로운 영화다. 기존의 공포 스릴러 영화와는 다른 설정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웨스 크레이븐을 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영화에 호기심이 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불편하다. 괜찮은 설정을 가지고 좀 더 수위를 조절하며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잔인한 영상으로 수위 조절에 실패하고, 이를 통해 보여주기 식의 공포를 추구한 것 같다.
선한 자들이 복수를 하는 부분보다는 그 부분을 위해 영화가 들이는 초반부 시간이 다소 긴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그리하여 초반에는 다소 영화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곧 잔인한 영상 속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영화 <왼편 마지막 집>은 미국에서 개봉 당시에 박스오피스 3위까지 랭크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9월 3일, 여름 막바지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