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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남원의 영화산책] 찌우기는 쉽지만 빼기는 어렵단다. '살' 얘기다. '내사랑 내곁에' 김명민을 인터뷰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그런줄만 알았다.
마치 칼로 살을 도려내듯히 몸무게를 줄였던 김명민은 지금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180cm 키에 평소 75kg 정도를 유지했던 당당한 체격의 그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50kg 한계 체중으로 감량했다.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종우 역을 연기하기 위함이다.
촬영 막바지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는 유동식 캔 한 두개로 하루를 지내면서 "이대로 가면 죽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박진표 감독이 "그만하자"고 설득할 당시에는 이미 제 정신을 잃고 있었다.
김명민이 독한 배우로 소문난 이유는 분명했다. 일단 배역이 정해지면 자신을 버리고 캐릭터에 빠져드는 데 다른 배우들과 그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불치병 루게릭 환자를 연기해야하는 '내사랑 내곁에' 출연 제의를 두 달동안 완강히 고사했던 배경이다.
"제가 루게릭병 환자로 보여야 관객은 영화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캐스팅을 수락한 순간부터 어떻게하면 루게릭병 환자처럼 될 수 있느냐에 전력으로 집중했을 뿐입니다. 20kg 감량? 실제로는 40kg이상을 빼야된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에 굶어도 굶어도 살이 더 이상 안빠질 때는 스트레스가 더 무섭더군요."
'내사랑 내곁에' 개봉을 앞둔 그는 아직도 앙상한 모습에 소근거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복이 더뎌서다. 아니 그를 진찰한 의사의 말로는 "한 번 망가진 몸은 회복이 안된다"고 했다. 김명민 자신도 몸 상태가 예전같지 않다는 걸 아는 까닭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월말로 잡혀있던 새 영화 크랭크인을 한달가량 늦췄지만 그 일정을 맞추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이른바 독한(?) 배우들은 무려 20~30kg을 한 두달 안에 찌우고 또 뺀다. 급격한 체중 변화로 몸에 탈이 나기도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김명민처럼 ‘과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수 있을까’라는 스트레스로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미스 USA 출신의 팔등신 미녀 르네 젤위거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 때 이같은 이유로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김명민은 "좋은 영화를 찍었고 만족한다"며 웃었다. "세상에 같은 직업은 있어도 똑같은 인물(캐릭터)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배우 김명민의 몸에서 루게릭병 환자는 종우는 떠났다. 그는 새로운 인물을 그의 빈 몸과 머리에 담기위해 재충전의 시간 갖기를 열망할 뿐이다.
그런 그가 새삼 영화 홍보를 위해 '무릎팍 도사' 등의 예능 프로에 출연, "어떻게 살을 뺐냐" 질문에 답하며 웃고 떠들 여유가 없음은 분명하다. 김명민은 이미 목숨을 건 연기로 자신의 몫을 다했고 "영화는 이미 내 손을 떠났다"는 게 그의 담담한 한 마디다.
[OSEN=엔터테인먼트팀 부장]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