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하늘 그리고 한강에 비춰지는 수많은 불빛. 얼마 전만 해도 이곳을 거닐며 한강의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았을 텐데 모처럼 찾아온 강풍과 추위 탓인지 가로등을 벗삼아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하는 인근 시민들의 모습만이 이따금씩 눈에 들어오는 월요일 저녁이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를 나오니 강 바람이 세차게 어둠을 헤치고 제일 먼저 손님을 반기는 듯했다. 오랫만에 검게 물들어 출렁이는 한강에 비춰지는 도심의 야경을 벗삼아 약 800여 미터를 가다 보니 현란한 조명에 빛이 반짝반짝거린다. 아! 바로 그곳! 세계 최초의 개폐식 수상무대인 플로팅스테이지(Floating Stage)에서 수상 멀티미디어 쇼가 펼쳐지고 있다.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현란한 조명에 춤을 추는 듯한 물줄기는 마치 오늘 저녁 이곳을 찾은 시민들에게 역동적인 힘과 희망을 안겨주려는 듯했다. 갑자기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건축가협회 윤창기 감독의 설계로 이뤄진 여의도 한강공원 내의 플로팅스테이지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물 위에 뜬 무대다. 무대 면적 535㎡의 돔형(반구형)으로, 강화유리로 만든 회전식 문을 열면 2,200석 규모의 야외 무대로, 문을 닫으면 소규모 실내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 개폐식 수상무대는 영광스럽게도 세계 최초라고 하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원로 연기자인 서울시 홍보대사 최불암 씨와 만화가 강주배 씨 등을 비롯한 내빈들과 시민 100여 명이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 못하는 가을밤 재즈 라이브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5인조로 구성된 말로밴드가 'Blues in the Night' 등 이 계절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주옥 같은 재즈 명곡들을 연주했다. 예고에 없던 깜짝 선곡으로 '봄날은 간다' 등이 가세하자 관객들은 그 감동에 매료되었다. 이어 한국의 케니G로 불리는 색소폰의 대가 이정식과 콰르텟이 선사한 무대는 국내 재즈계 최고의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만큼 흥겨움이 넘쳐나는 무대였다. 높고 낮음이 없이 같은 자리와 같은 의자에 앉은 시민들은 함께 발을 구르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하면서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플로팅스테이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중앙 무대 뒷편에 수십개의 강화유리로 된 삼각모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사를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했다.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고 나오는 길에 플로팅스테이지 바로 앞에 있는 '빛의 폭포'에서 발길을 멈췄다. 빛이 만들어내는 폭포수 계곡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수와는 또 다른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물빛광장에도 들렀다. 이곳은 여의도 한강공원의 제방 부분에 있는 작은 형태의 물길로, 수심이 낮아 여름이면 아이들도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물이 빠진 뒤에는 관객석과 무대가 드러나 공연 공간이 연출될 수 있는 곳이다. 춤을 추듯 움직이는 워터젯분수와 바닥분수, 그리고 근처의 너른 들판까지 모두가 플로팅스테이지와 어우러져 여의도 한강공원을 수준 높은 무료 공연과 휴식의 장소가 조화되는 곳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젠 서울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비싼 돈 들여가며 어렵게 공연장을 찾지 않아도 이곳 한강에서 친구와 연인과 그리고 가족과 함께 색다른 문화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한강 르네상스 시대, 빈 말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우리의 곁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반짝거리는 한강의 물살처럼 또 다른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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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김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