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고달우, 김모모
언젠가부터 ‘꿈’의 반대말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꿈의 부피를 줄이고 현실의 무게를 늘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고달우, 김모모 감독은 우연히 길 위에서 노래하는 젊은 밴드 ‘좋아서 하는 밴드’를 만나면서 이런 현실에 의문을 품었다. 어른이 되기 위해 꿈을 접는다는 건, 그저 꿈으로 세상과 부딪힐 용기가 없는 자신을 위한 핑계가 아닐까. 두 젊은 감독은 길 위에서 꿈꾸는 젊은이들을 좇아 전국을 여행하면서 만든 다큐멘터리 <좋아서 만든 영화>를 통해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세요?”라고 묻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답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리고 그들은 이런 말로 말꼬리를 흐린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좋겠지만….” 말줄임표에 묻어나는 아쉬움 속에 평범한 어른들의 버리지 못한 꿈의 조각들이 읽힌다. 생계를 위한 ‘일’과 ‘좋아서’라는 단어는 공존하기 어려운 것일까. 영화의 주인공인 젊은 음악인들은 맑은 눈을 반짝이며 “왜요?”라고 반문한다.
만약 ‘인간극장’ 류의 드라마틱한 성공기를 기대했다면 <좋아서 만든 영화>의 흐름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두 감독은 ‘좋아서 하는 밴드’를 현실을 넘어 꿈을 쟁취한 젊은 영웅으로 그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찌 보면 그들의 여정은 비루하다. 낡은 승합차는 툭 하면 연기를 내고,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씻고 먹는 건 다반사다. 다행히 거리에 터를 잡고 연주를 시작해도 시큰둥한 청중과 매몰차게 쫓아내는 관리인 때문에 눈물을 쏟기 일쑤. 밴드 운영에 대한 구성원들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한 사람씩 속마음을 털어놓는 인터뷰에선 까칠한 불만이 튀어나오고, 녹록치 않은 거리공연 현장에선 날카로운 대립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나가던 행인들이 그들의 음악에 홀린 듯 발걸음을 멈추고, 주머니 속 꼬깃한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CD를 살 때, 네 젊은이의 얼굴엔 ‘행복’이라고 밖엔 할 수 없는 환한 미소가 감돈다. 그리고 “내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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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만든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건, 이들의 도전이 그저 한때의 ‘객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갑갑하고 힘든 현실에 부딪힌다. 어차피 똑같다면 ‘좋아하는 일’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 영화는 섣불리 질문에 답을 내는 대신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박혜은(영화 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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