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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ㆍ김남길ㆍ김재욱, 그리고 서지후? 퀴어 영화가 발굴한 보석!

MOON성元 2010. 1. 7. 15:32





 [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퀴어 영화는 이제 더이상 성적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 장르가 아니다. 주지훈ㆍ김재욱 주연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가 꽃미남 게이 돌풍을 일으킨 바 있으며, '선덕여왕'의 비담 김남길 역시 동성애를 다룬 독립 영화 '후회하지 않아'(2006)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멀리 홍콩 스타 장국영과 '브로크백 마운틴'의 히스 레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퀴어 영화를 통해 발굴된 빛나는 보석은 많다.

 
 ▶ 군대서 연기자 꿈 찾아
 지난 해 12월 개봉한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
친구사이??'의 주인공 서지후(26)도 2010년이 주목되는 예비 스타다. 커밍 아웃을 선언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번째 자전적 영화 '친구사이?'는 전국 8개관에서 4000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돼 호평받았다. 조용한 인기 돌풍에는 서지후도 한몫했다. 185cm의 키에 깨끗하고 투명한 피부, 지적인 목소리, 세종대 토목기계공학과 2월 졸업을 앞둔 이 꽃미남이 게이라면 여자라도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친구사이?'는 서지후의 연기 데뷔작. 스크린 데뷔부터 동성애 연기라니? 분명 겁없는 신인이거나 진짜 게이 둘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실물이 훨씬 핸섬한 그는 "게이는 아니다"라며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솔직히 게이 영화라는 것은 전혀 문제되거나 두렵지 않았다. 어짜피 연기는 자신을 버리고 타인이 되는 게 아닌가? 오히려 날 완전히 버리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욕심이 났다."

 모델 출신인 그가 연기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군대 때문이다. 스물한살 때 현역으로 입대한 그는 큰 키 덕분에 국방부 의장대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스포츠와 연예 계통에서 일하던 동료들을 만나게 되면서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운동을 좋아해서 어릴 때 수영이나 축구를 하다 팔과 다리가 완전히 부러진 적도 있었다. 주위서 성장판이 자극돼 키가 많이 큰 거 아니냐고 놀렸다.(웃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막연히 가졌는데 부모님은 공부를 더 하시길 바라셨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걸 하라는 부모님 말씀에 대학에 갔지만, 거기서도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군대에 빨리 가게 된 건데 그곳에서 진짜 꿈을 찾게 됐다."

 제대 후 친구의 도움으로 에이전시에 찾아가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그의 프로필 사진이 눈여겨 본 김조광수 감독이 서지후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첫번째 영화 오디션이었는데, 덜컥 주인공이 된 거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본 이야기를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좋게 봐주시더라. 퀴어 영화지만 어둡지 않고 풋풋한 멜로라는 점이 공감가고 좋았기에 '친구사이?'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 동성애 베드신보다 힘들었던 건?
 상대역인 이제훈과 풋풋한 게이간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 역할인 만큼 여러 노력이 뒤따랐다. 이제훈과 같이 밥도 먹고 붙어다니면서 연인처럼 지내려 했다. 다소 수위 높은 베드신도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준비했다.

 "촬영 전 여러 퀴어 영화를 연구했다.
리버 피닉스의 '아이다호'나 장국영 주연의 '패왕별희'를 봤다. 베드신이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어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홍대 골목에서 (이)제훈씨와 연인처럼 손붙잡고 뛰어가는 연기가 더 어려웠다. 연인끼리 뛰는 느낌이어야 하는데 자꾸 친구사이(?)처럼 보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고향인 강원도 강릉에서 상경한 부모님도 아들의 퀴어 영화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미술 선생님인 아버지는 연기자가 되는 걸 처음엔 걱정하셨다. 하지만 첫 작품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격려해주셨다."

 '친구사이?' 후 지금의 매니지먼트사인 점프 엔터테인먼트와 계약도 맺었고, 난생 처음 사인에 팬카페도 생겼다.

 "동성애 영화인데 젊은 여성분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해주셨다. 컴퓨터에 워낙 소질이 없어서 내 팬카페조차 회원가입을 안했다. 앞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다.(웃음)"

 이번엔 꽃미남 게이였지만, 차기작에서는 이성과의 멜로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한석규ㆍ박해일 선배처럼 온화한 얼굴에서 극단적인 광기가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보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언젠가 두분처럼 되고 싶지만 당장은 멜로 연기가 욕심난다.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 고현정ㆍ임수정 선배가 나오는 작품들을 재미있게 봤는데, 두 분과의 멜로는 상상만으로도 벅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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