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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

MOON성元 2010. 1. 8. 11:46

 

 

 

 

 

 

20세기 초,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화가의 길로 접어든 열 여덟 살의 살바도르 달리. 그가 최고의 예술 인재들이 모인다는 마드리드 국립 미술학교에 입학하면서 영화 <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시작된다. 싹둑 자른 단발머리에 다소 괴상한 옷차림을 한 달리는 곧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영화감독 지망생 루이스 부뉘엘의 관심을 끌게 되는데, 전통적 예술 가치를 부정하는 다다이즘을 추종하고 프로이트의 책을 애독하는 달리의 독특한 예술관에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는 매혹을 느낀다. 파시스트 정부 아래 억압받는 스페인 민중의 삶을 인생과 예술의 주제로 삼았던 로르카는 “한계는 없다“며 자유분방한 언행을 일삼는 달리에게 점차 빠져들고 마침내 그를 사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로르카의 마음과 동성애를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달리는 결국 그를 외면하고, 파리에서 화려한 데뷔를 꿈꾸는 루이스 부뉘엘을 따라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몇 년 뒤, 이제는 스페인 민중이 사랑하는 시인이자 지도자가 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안달루시아의 개>로 명성을 얻게 된 영화감독 루이스 브뉘엘, 그리고 그림, 영화, 사진, 조각까지 범위를 넓히며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떠오른 살바도르 달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달리>와 알 파치노 주연의 <달리와 나-초현실적인 이야기>, 조니 뎁의 <굿바이, 달리> 등,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에 이어 최근 서구 영화계가 집중하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젊은 시절을 그린 영화 <리틀 애쉬 : 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트와일라잇><뉴문>으로 할리우드의 톱스타 반열에 오른 로버트 패틴슨이 아직 유명해지기 전인 2008년 제작된 영국, 스페인의 합작영화다. 첫 장편영화 <솔로몬과 게이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는 영국 출신 감독 폴 모리슨과 유로 스크립트 시나리오 경쟁대회 수상자 필리파 고슬렛의 만남으로 영국 영화계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스페인 카탈루냐를 배경으로 예술적 감수성이 충만한 세 명의 젊은이, 그 중에서도 특히 서로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으나 끝내 결별하게 된 살바도르 달리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데, 로르카의 지극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관계를 부정했던 달리가 죽기 전에야 비로소 “그것은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었다”는 말을 남긴 것에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제목인 ‘리틀 애쉬(작은 먼지)’는 두 사람이 카다케스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작품에 열중하던 1927년 여름, 달리가 그린 그림에 로르카가 붙여준 제목으로, 자신 스스로를 언젠가 사라질 작은 잿가루에 비유한 로르카의 애절한 사랑과 삶, 그리고 죽음을 상징하고 있다.
 
 
영화는 또한 20세기를 풍미한 예술가 삼인방의 작품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살바도르 달리에게 바치는 송가’와 ‘카시다 2:울음소리’, ‘솔레아의 시’ 등 로르카의 아름다운 시 낭송 장면과 더불어 달리와 루이스 부뉘엘이 함께 만든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의 장면들을 곳곳에 삽입하며 감성적인 동시에 강렬한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꽃미남 청춘스타로 입지를 굳힌 로버트 패틴슨이 여린 얼굴 뒤에 광인의 면모를 숨긴 살바도르 달리를 연기했고, 로르카를 연기한 하비에르 벨트란과 막달레나 역의 마리나 가텔 등 스페인 TV스타들의 섬세하고 묵직한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송순진(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