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포커스>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메종 드 히미코>로 잘 알려진 이누도 잇신 감독의 최신작이자 일본의 유명 추리소설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연재소설 <제로의 초점>(1958∼1960)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영화다. 원작자인 마쓰모토 세이초는 <얼굴>(1957)로 탐정작가 클럽상을, <어느 고쿠라일기전>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일본 전후 세대의 이야기를 그려내 당시에도 획기적인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던 <제로의 초점>이 영화화된 것은 올해가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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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 데이코(히로스에 료코)가 실종된 남편, 겐이치(니시지마 히데토시)와 처음 만나던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한다. 좋은 집안의 얌전한 규수였던 데이코는 대학 교수님이 주선해준 맞선 자리에서 겐이치를 만난다. 나이차도 큰데다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과묵하고 정중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 데이코는 서둘러 결혼을 결정한다. 꿈같은 신혼여행이 끝나고, 신혼부부의 단란한 일상을 기대하는 데이코. 그러나 겐이치는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이전 근무지인 가나자와로 마지막 출장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일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나면 즉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겐이치는,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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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자 불안한 마음이 커진 데이코는 직접 가나자와를 찾아가 남편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직장 동료와 거래처 사장 부인인 사치코(나카타니 미키)의 도움을 얻어 남편의 행방을 좇던 데이코는 사실은 자신이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직시하게 된다. 속속 밝혀지는 남편의 정체를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하던 어느 날, 데이코 몰래 겐이치의 행방을 수소문 하고 있던 시아주버님이 붉은 코트를 입은 묘령의 여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사건을 시작으로 겐이치 행방의 비밀을 둘러싼 의문의 연쇄살인은 계속 이어진다. 경찰은 겐이치의 동거녀이자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일명 ‘팡팡걸’ 출신의 히사코(기무라 타에)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데이코는 히사코가 범인이 아님을 직감하고 사건의 열쇠를 쥔 사치코를 찾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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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커스>는 1950년대 전후의 일본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새 시대에 대한 열망과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좌절을 연쇄 스릴러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전쟁을 목격하며 살아온 겐이치와 양가집 규수로 유순하게 자라온 데이코는 각각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를 상징하고 있으며, 이 두 세대를 연결하는 인물인 사치코는 전쟁 후유증에 고통 받았던 당대의 여성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인물 저마다가 가진 상징성을 촘촘히 연결지으면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장르적 만듦새 안에 깃든 묵직한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일본의 스타급 배우들의 발군의 연기력 역시 극적 재미를 더하고 있다. 고통스런 기억 때문에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 겐이치 역의 니시지마 히데토시, 강인함과 나약함을 동시에 가진 미스터리한 여자 사치코 역의 나카타니 미키는 스크린 속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이상적인 일본 여성상을 표현하고 있는 히로스에 료코 역시 혼란에 빠진 데이코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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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커스>는 일본의 메이저 영화사 ‘도호’와 ‘덴츠’, ‘아사히 TV’가 제작했으며 2010년 일본 아카데미 감독상을 비롯해 각본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 주요 배경이 되는 가나자와의 대다수 장면과 회상 장면의 미군부대 앞 거리들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 세트에서 촬영됐다. |
송순진 (영화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