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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하녀' 이정재 "'불편한' 캐릭터지만 욕심났죠"

MOON성元 2010. 5. 7. 14:37

"전형적 '나쁜 남자' 이미지 손상될까 고민도… 칸 초청 실감안나요"

처음 배우 이정재가 영화 < 하녀 > (감독 임상수ㆍ제작 미로비젼)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 동안 반듯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맡아 온 이정재와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 하녀 > 속 속물 캐릭터와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 하녀 > 의 시사회가 끝난 후 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이정재는 자신으로부터 한 걸음 멀어지고, 진정한 배우의 영역에 한 걸음 다가가 있었다.

 

< 하녀 > 에서 이정재가 맡은 훈은 소위 말하는 '나쁜 남자'다. 그에게 여성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의 대상이다. 은이(전도연)의 아픈 감정 쯤은 돈이라는 반창고로 감추려 든다. 그리고 그는 선하게 웃는다.

"처음 이 영화를 선택할 때 '잘하는 일인가' 수없이 고민했어요. 시나리오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한 캐릭터였거든요. 누군가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을 하는 인물이죠."

영화 속 비중 문제도 고민할 대상이었다. < 하녀 > 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의 중심은 '늙은 하녀' 윤여정과 '젊은 하녀' 전도연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들과의 연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여배우들과 처음 만난 식사 자리가 끝난 후에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체하기까지 했다.

"나쁜 놈이기 때문에 향후 제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우려와 함께 윤여정 전도연에 비해 비중이 적다며 만류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저라고 왜 그런 걱정을 안 했겠어요. 하지만 시나리오를 반복해 읽을수록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죠."

이정재는 자기 방어 기제가 강한 배우였다. 훈이라는 캐릭터와 자기를 동일시하고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우려했다. "'천한 것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라는 대사가 있어요. 요즘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정말 하고 싶지 않은 대사들을 많이 해야 했죠."

하지만 그의 말은 엄살에 불과했다. < 하녀 > 속에는 더 이상 이정재가 없었다. 여성 관객이라면 치를 떨게 만들 만한, 하지만 동시에 대단한 성적 매력을 풍기는 훈이 돼 있었다. 그가 변화시킨 주인공은 바로 임상수 감독이었다.

"임상수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 하녀 > 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 오래된 정원 > < 바람난 가족 > < 그 때 그 사람들 > 등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를 모두 봤죠. 진지함 속에서도 감독님 특유의 위트가 묻어 났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도 분명하죠. < 하녀 > 도 예외는 아닙니다."

< 하녀 > 를 선택한 이정재에게는 또 다른 커다란 선물이 품으로 와락 안겼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 하녀 > 가 공식 초청됐다. 처음 밟아보는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이다. 게다가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곳이 아닌가.

"저보다 주변 동료들이 더 기뻐해요. 국제영화제를 다녀온 동료들이 더 들떠서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죠. (웃으며)정작 저는 안 가봐서 어떤 느낌인지 아직 모르겠어요. 예전에 프랑스 칸으로 배낭여행을 가면서 '돈 벌면 다시 와야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하하."

이정재는 < 하녀 > 가 단순히 야하고 에로틱한 영화로 치부되는 것을 경계했다. "베드신보다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 하녀 > 에서 정사 장면은 파국적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치와도 같았다.

"에로틱 서스펜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속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 조마조마하면서 정사신이 펼쳐지죠. 정사신은 서스펜스를 강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해요. 홍보 때문에 '에로틱'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지만, 자극적인 영상만 기대하고 오신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웃음)"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사진=윤관식기자 newface1003@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