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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의 인기스타, 독립영화 상설상영관

MOON성元 2010. 8. 17. 16:43

 

토종영화들이 충무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개봉한 영화 한두 편 보지 않고서 지인들과의 수다에 동참하기 힘들어졌다. 그만큼 영화는 팝콘처럼 우리에게 오락과 휴식을 제공한다.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영화는 대단히 상업적일 수밖에 없다. 상업이라는 것은 결국 '재미'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 앉은 관객이 2시간 동안 쉼 없이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상업영화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작품성도 놓칠 수는 없다. 감독은 이 두 가지 동아줄을 붙들고 늘 모순에 빠진다. 어떤 것도 놓치기 싫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탁 위에 입을 즐겁게 하는 고기만 올라온다고 생각해보자. 처음엔 좋다. 일단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일 식단만 먹게 된다면 몸은 금방 고장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신선한 오이, 양파, 당근도 먹어야 한다. 상업영화가 고기라면 야채라고 할 수 있는 영화는 무엇인가? 바로 독립영화다.

 

 

언뜻 보기에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는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쪽은 너무 돈과 연결되어 창의성을 잃어버린 것 같고, 다른 한쪽은 오히려 창의성이 너무 충만하여 일반 관객의 입맛과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현재의 명감독들이 신인시절 독립영화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 관객의 사랑을 받은 '워낭소리'와 '똥파리'는 독립영화도 충분히 상업영화 못지않은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독립영화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단순히 '상업적이지 않은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것'이라는 창의성의 날개가 펼쳐져야 한다. 자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함으로써 작가는 좀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것을 선보일 수가 있다. 상업에서 보여주는 기술적인 완성도는 독립영화 쪽으로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독립영화의 활발한 창의성은 성공공식을 계속 반복하는 상업영화의 낡은 피를 신선하게 바꾸어줄 수 있다. 말 그대로 두 진영은 서로 자극받고 경계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주말에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된 '원나잇 스탠드'는 그런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장훈, 민용근, 이유림 감독이 참가한 옴니버스 영화다. 각자 색이 틀린 창작자가 자신들의 스타일로 만든 에피소드는 재미있는 비교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만남에서 제작후기 및 작품에 대한 감독의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상반기 상영된 독립영화 중 화제를 몰고 왔던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작은 연못', '회오리 바람', '이웃집 좀비', '경계도시 2' 등 작품성 좋은 독립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에서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선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만큼 수익이 쉽게 나지 않는 이런 영화들을 상영하는 독립영화관 수가 몰라보게 줄었기 때문이다. 가뭄 속에 단비가 내리듯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KOPA 2관이 '독립영화 상설상영관'으로 탈바꿈했다.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보고 싶거나 상업영화에 지친 관객들은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프로그램도 훌륭하고 시설도 일반 멀티플렉스 극장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 실험영화와 애니메이션도 함께 상영된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해피투게더'가 진행된다. 관객과 독립영화 감독이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모든 상영영화는 무료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시민기자/최근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