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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과 서울의 모든 산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길 - 서울 올레길 ⑥ … 매봉산과 금호산 길

MOON성元 2010. 9. 10. 11:26

 

 

예전 모습에 비할 순 없겠지만 한남, 옥수, 응봉으로 이어지는 한강변은 지금도 한강 절경 중의 절경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장안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곳이며 일반 백성들도 야유 장소라면 으뜸으로 치던 곳이다. 마포 삼개나루터가 서호라 불리며 경강상인들의 본거지였다면, 지금의 두무개길이 지나는 두모포는 동호라 불리며 한강상인들의 주 무대였다. 두모포(豆毛浦)은 세종대왕시절 학문과 정사에 지친 이들의 재충전장소였던 독서당이 있던 곳이기도 하니다. 심신을 단련시키기에 그만큼 적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곳을 한 번에 다 아우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가보시겠는가?

 

 

1. 버티고개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에서 내렸다. 버티고개의 지명은 옛날 한양을 순찰하던 순라군들이 고개를 넘어가는 도둑을 쫓으며 '번도(番盜, 도둑을 의미)'라 외쳤던 것이 유래가 됐다. 소나무 숲이 울창해 당시 도둑이 숨기에 적당했다고 전해진다. 역을 나오자 길 한편으로는 남산이 그리고 반대편으로는 매봉산과 금호산이 나를 감싸안았다. 그동안 두려웠던 폭서의 햇빛도 조만간 백로라는 절기 앞에는 마냥 기가 떨어지는가 싶었다.

가까운 약수역에서도 올라가는 길이 있다지만 오늘은 처녀지인 버티고개역을 꼭 오고 싶었다. 남산타운아파트를 돌아가자니 멀 것 같아 아파트를 가로질러 5동 옆으로 산과 이어지는 도로로 갔다. 덥지 않은 날씨였지만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10여분 이상 걸었더니 온몸이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 ‘잘 못 들어왔나’ 여러 번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본전 생각이 나서 발걸음을 계속 했다. 드디어 남산실버복지타운이 눈에 띄었고 옆으로 매봉산 팔각정으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버티고개를 나선 지 20분이 지나서였다.

 

 

2. 매봉산

응봉근린공원은 용산구, 중구, 성동구에 걸쳐있고, 옛날에는 응봉(鷹峰)으로 통칭되었으나 현재는 매봉산(175M), 금호산(134M), 대현산, 대현산배수지공원, 응봉산으로 나뉘어졌다. 매봉산은 산모양이 매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졌다고 하며 조선시대 왕들이 매사냥을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응봉 그리고 매봉이라……. 우리나라 산에서 매를 닮은 봉우리의 이름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호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만 50년을 살았다는 이매자 할머니는 이곳을 매봉산이라고 하기도 하고 지금 응봉산을 매봉산이라고 하기도 하였었다고 한다.

소나무 잣나무 등이 어우러진 산책로를 5분 정도 걷다보면 팔각정(200M)이라고 써 있는 이정표와 계단을 마주치게 된다. 해발 200M라면 기겁을 하겠지만 걸어서 그 거리라면 계단도 오를 만할 것이다. 계단도 야트막하니 힘들지 않다. 내려갈 때 발견한 것이지만 밑에서부터 차례대로 나무, 자갈, 돌 등으로 계단의 재질도 다양하게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 다다르니 많진 않지만 다양한 운동기구와 함께 땀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먼저 보였고, 저편으로 팔각정이 눈에 들어왔다. 친구분들과 같이 온 옥수동의 이재명(52) 씨는 가깝기도 하지만 경치가 너무나 좋아서 시간만 나면 이곳에 온다고 했다.

아! 팔각정에 올라보니 흔히 넓은 바다에 비유하는 ‘일망무제’라는 표현을 감히 이곳 경관에 빗대어도 좋을 듯싶다. 이처럼 넓은 한강 곳곳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장소가 어디에 있으랴? 고개를 크게 돌리니 왼쪽에는 아차산 끝자락부터 오른쪽에는 관악산이 그리고 김포로 향하는 한강의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강가에 인접해있기에 남산보다 더 생생하게 한강을 볼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독서당이 있었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머리가 시원해졌다. 팔각정 앞 바위에는 오동춘 시인의 '매봉산에서'란 시가 새겨져 있다. '해 오르는 마음으로/ 정든 매봉산 오르면/ 확 트여 오는 눈 앞에/ 하늘 푸른 한강물 흘러 가고/ 동호 큰 다리의 찬물결도/ 씩씩하게 내닫는다'.

잠시지만 '유유자적'했다는 자조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시 금호산공원을 찾아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에 서울방송고등학교가 보였고 작지만 실개천을 발견할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정상으로부터 15분쯤 걷다보니 생태통로(생물이동통로)가 보였다. 매봉산과 금호산이 길로 인해 분리되자 야생동식물의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의 자연체험기회를 증진시키고자 조성된 곳이었다. 이곳을 지나면 예전에 해병대산이라고 불렸던 금호산에 다다른다.

 

 

3. 금호산

응봉근린공원 금호산지역은 성동구와 중구에 걸쳐있는 산자락의 하나로 예전 정상에 해병대 군부대가 있어 주민들 사이에 해병대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전히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었고 지금은 육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생태통로를 지나니 잘 정비된 산책로가 여럿 보였다. 조망명소라는 이정표를 쫓아가다가 특이한 나무를 만났다. 열매가 꼭 산딸기 같은데 산딸나무라는 표지가 있었다. 이곳은 소나무, 주목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나무부터 산딸나무, 수수꽃다리 같은 조금 이색적인 수종까지 45종을 조림해놨으며 맥문동꽃, 박하꽃, 구절초꽃까지 꽃 19종도 같이 식재하여 단순한 산책로 공원을 넘어서 자연학습장으로서 기능도 하고 있었다.

공원 북쪽을 향하여 10분쯤 걸어서야 조망명소에 다다랐다. 팔각정에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번의 절경이 나를 전율시켰다. 서울의 산들이 일거에 눈 앞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남산을 필두로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이 병풍처럼 펼쳐 있었다. 매봉산에서 한강을, 금호산에서는 산을 조망할 수 있다니 이곳 주민들이 부럽기도 하였다. 이곳이 서울의 사통팔달이라 가능했으리라. ‘서울숲과 남산에서 각각 4KM’라는 표지가 이곳의 위치를 가늠케 했다. 감상을 떨쳐버리고 다시 산을 둘러보았다. 벚나무 군락이 보인다. 매년 열리는 금호산 벚꽃축제는 올해 천안함 사태로 취소됐지만 규모로 보아 대단하였으리라 생각된다.

금호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종달새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숲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옥수동이 보이는데, 산책로 좌우로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봄에 한껏 기새를 떨칠 꽃나무들이 펼쳐진다. 산책로 내내 푸른 한강의 모습이 끝없이 이어진다. ‘개똥없는 거리’라고 벽에 써있는 문구는 산책하다 지루하니 웃으라고 써있는 듯했다.

이곳에는 곳곳에 체육시설과 함께 배드민턴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쉼터로서 벤치 이외에 정자도 마련해 놓고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진다. 산책로를 돌아보니 생태공원에서부터 1시간정도 지나 있었다. 마을버스종점이기도 한 해병대산 입구에는 '가는 손님일까 오는 손님일까' 기약없이 기다리는 발지압공원이 지키고 서있었다. 조형물로 조성된 커다란 발바닥에 갖다 대니 내 신발은 발가락 정도 크기였다. 신발을 벗고 지압을 해봤는데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너무 아팠다. ‘아, 몸 좀 그만 혹사시켜야 겠구나!’

버티고개에서부터 2시간이 지났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대현산배수지공원이 있으니 ‘이왕 여기까지 온거’라는 오기가 생겼다. 5분쯤 지나서 대경고등학교와 동산초등학교가 있었다. 산자락 길이기에 금호동의 전역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신당동쪽으로 내려가면 박정희 대통령의 고옥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엔 그냥 지나치기로 하였다. 10분쯤 지났을까? 성음교회란 곳에 도착했고 왼쪽으로는 금호여중, 오른쪽으로는 호당공원이 보였다.

4. 호당공원

신금호역에서 북동쪽 혹은 신당동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호당공원'이 있다. 호당공원은 1998년에 지상에 있던 배수지를 지하로 옮기고 75,570㎡ 규모로 조성한 공원이다. 대현산 배수지공원으로 불렸다가 '금호동'과 '신당동' 사이에 있다고 해 호당공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덤으로 얻은 기분으로 호당공원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외측에 트랙을 그리고 트랙 안쪽으로는 게이트볼장, 농구장, 풋살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트랙을 한바퀴 돌면 1120미터로, 4바퀴 반을 돌면 5킬로, 9바퀴 돌면 10킬로이고 트랙 중간에 오르막길 두 군데가 있었다. 한낮이었지만 햇볕이 무색할 정도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참살이의 최고는 운동인가 보다. 어슬렁거리며 둘러보는 데만 40분 정도 걸렸다. 들어간 문과 전혀 다른 문으로 나왔는데 눈 앞에 선 신금호역이 오늘 여정을 정리하라는 듯했다.

 

◈ 매봉산과 금호산 코스 길잡이

1. 코스요약
① 6호선 버티고개역 3번출구- 남산타워아파트- 남산실버타운-매봉산 팔각정- 생태이동통로- 금호산-해병대산 입구- 동산초등학교- 대현산배수지- 신금호역
② 3,6호선 약수역, 금호역 1번출구 5번 마을버스- 종점하차 ①번코스 역방향
③ 버스로는 421번 버스 종점이 생태이동통로 앞

2. 노약자를 위한 코스
약수역, 또는 금호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5번을 타면 해병대산 입구까지 오는데 금호산에서는 계단이 많지 않으면서 완만한 코스를 선택해 조망명소까지 다다를 수 있다.

3. 주변 볼거리
금호동에는 아직도 난전이 즐비하여 예전 시장의 흥취를 느낄 수 있으며, 신당동에는 박정희 대통령고옥과 신당동 떡볶이촌이 있다. 매봉산공원에서 옥수동 극동아파트로 내려가면 옥수역에 갈 수 있는데 옥수역 고수부지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시민기자/이석준  
sasamom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