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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없는 그녀들의 하이서울페스티벌 백배 즐기기!! - '하이서울페스티벌' 내맘대로 스케줄 짜보기 ② … 싱글들의 즐거운 놀이

MOON성元 2011. 5. 3. 10:59

하이서울뉴스 박혜숙 | 2011.05.02

퍼레이드 거리극 앨리스(좌), 미디어 드로잉 체험퍼포먼스 <종이창문>(우)

 

언젠가부터 싱글이라는 단어 앞에 '화려한'이란 형용사가 달라붙었다. '화려한 싱글'. 그래 분명히 이에 대해 가슴 깊이 공감하던 때가 있었다. 싱글이라 편하고, 싱글이라 자유롭고, 싱글이라 맘껏 야근할 수 있음을 즐기던 때가. 그런데 이제는 조합의 숨겨진 의미를 확실히 안다. 누군가가 처절히 경험한 싱글의 고초를 긍정적으로 이상화시키기 위해 갖다 붙인 형용사임을. 뭐, 그렇다고, 싱글이 나쁘다는 결론은 성급하다. 누군가에겐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 할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자유에 의한 선택이다. 죄도 아니고 범법도 아닌 선택. 선택이든 아니든 이왕에 싱글이라면 그 때를 즐기자. 어린이날, 어버이날이라는 이름하에 삼삼오오 모인 아름다운 가족 또는 커플 사이에서 혼자라서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우리만의 몸짓으로 말해보자. 그래서 나 싱글은 주변에 널린 수많은 싱글 여자들과 이틀간의 하이서울페스티벌 놀이를 이렇게 계획했다.

 

5월 9일, 퇴근 후 14년 지기 친구들과 즐거운 놀이!

틀에 박힌 걸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꽤나 계획적인 구석이 다분한 나의 하이서울페스티벌 넌버벌 놀이는 우선 날짜 선택으로 시작된다. 어차피 가족 여행이 잡혀서 5일은 안되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지라(?) 사람 많은 날은 피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길이 없다. 왜냐하면 가장 보고 싶었던 세계 거리극 퍼레이드와 안녕을 고하여야 하기 때문. 뉴욕에 사는 지인들이 그들의 사진첩에 가끔 거리극 퍼레이드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면서 '저곳에 나도 있었으면'하는 소망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퍼레이드가 코앞에서 열리는데 정작 서울시민인 나는 제주도에 있어야 하다니. 이렇게 된 거 쿨하게 유채꽃과 놀아주리라 다짐해본다.

주말인 7일과 8일도 사람 많기는 당연한 노릇. 피하기로 결정해보니 남는 날짜는 9일과 10일. 10일이 휴일이라 사람 많을 것이 예상이 됐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간 구경 못한다고 생각하고, 9일과 10일에 산뜻하게 다녀와주리라 마음먹고 14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작은 카페에 모여 하이서울페스티벌 홈페이지(http://www.hiseoulfest.org/2011/)를 열었다. 친구들과 가기로 한 날은 월요일인 9일! 각자 근무를 마치고 여의도에 모이면 7시쯤 될듯하여 그때 시작하는 프로그램부터 살펴봤다. 옳거니! <퍼레이드 거리극 앨리스>가 고개를 빠끔히 내민다. 일산에서 오는 싱글이 묻는다. "이거 정확히 어떤 걸까?" 숙대에서 오는 싱글이 설명을 클릭한다. "정신없는 토끼가 나타났다.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객들도 동화 속 주인공! 현실세계와 가공세계의 절묘한 만남, 호기심을 자극하는 퍼레이드라는데?" 신논현에서 오는 싱글이 대답한다. "재밌겠다!" 이미 모두가 앨리스에 마음이 꽂혔다. 각자 상상 속에는 영화와 만화에서 본 토끼가 나타나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한명은 엄지공주처럼 몸이 작아져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

"그럼 앨리스가 우리의 첫 프로그램이 되는 거네?" 신논현 싱글의 질문에 서울광장 근처에서 근무하는 나는 조심스레 고백한다. "나는, 그 전에 하나 더 보고...", 일산 싱글의 화급한 질문 "뭐?? 너 6시 퇴근이잖아?", 나의 대답은 바로 서울 광장에 솟은 <그레이트 북>. 퇴근길에 살짝 들려 구경만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사진만 보고도 다들 멋있겠다고 함성이다. 회사 위치가 좋다며 부러워도 한다. 9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책이라는데 그 웅장함은 과연 어떨까? 있는 힘을 다해 멋들어진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주리라 약속한다.

다시 앨리스로 돌아와서 우리는 다음 공연을 생각해봤다. 45분간의 퍼레이드를 즐기고 나면 8시 공연이 괜찮겠다 싶었다. 실내공연인 안은미컴퍼니의 <렛미쎄이썸싱>, 야외공연인 무용 <가로등의 시간>, 그리고 야외 퍼포먼스인 <인간이란> 등 세 개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난 2008, 2009년 하이서울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었던 안은미씨의 공연인가, 색다른 무용인가 아님 퍼포먼스인가? 우리는 고민을 하다가 무용에 관심 많은 숙대 싱글의 간절한 바람에 <가로등의 시간>을 보기로 결정했다. 어떤 무대나 장치 없이 주변 환경을 이용해서 펼쳐지는 즉흥춤과 음악을 볼 수 있는 무대라는 설명에 다들 눈이 동그래졌다가 그런 서로를 마주보고 '후훗'하고 웃는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새로움에 낯선 시선으로 마주할 우리를 상상하니 다들 그런 표정이 지어진 것. 25분간 진행되는 공연을 보고 난 뒤엔 여의도 근처 맛집을 찾아 간단하게 식사하고 난 뒤, 하이서울페스티벌 기간 동안 24시간 내내 설치되어 있는 빅탑빌리지 설치미술 <보헤미안 랩소디><러쉬>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곳에서 사진도 찍고, 설치미술도 만져보며 자유로운 영혼의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기로 작정했다.

 

 

구름위의 선율, 욕조안의 세남자, 쏭노인 퐁당뎐, 환경연극 퍼레이드 공연

 

5월 10일, 휴일답게 늦잠을 즐긴 후 낮부터 즐기는 놀이!

금쪽같은 연휴인 10일은 오래전부터 만나기로 약속한 또 다른 싱글녀들과 12시 30분쯤 점심을 먹고 여의도로 떠나기로 했다. 이번에 만나기로 한 싱글녀들은 대학시절 같은 학원을 다녔다는 이유로 친구가 된 이들. 워낙 일하는 분야에 남자들이 없어서 여전히 싱글이고, 만나서도 남자들보다 자신의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즐기는 그녀들. 하지만, 가족들의 눈치는 어쩔 수 없이 보고 있는 자녀들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할 수 없는 일들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기로 선택하고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어디론가 놀러가고 싶은데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멋진 축제는 놓쳐서는 안 되는 특권이니까. 여의도 도착 예정시간은 2시. 왜냐하면 영국에서 온 <장난꾸러기 새들>을 만나러 가야하니까! 난 이 친구들이 너무 궁금했다. '단순히 분홍, 노랑, 초록의 단색 옷을 입고 관객들에게 장난만 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분명 뭔가가 더 있을 것인데 도대체 그 뭔가가 뭘까?'라는 궁금증이 계속 맴돌았다. 하이서울페스티벌 홈페이지에서 다른 나라에서 공연한 동영상을 유투브로 볼 수 있었지만, 일부러 클릭하지 않았다.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까.

3시엔 빅탑빌리지 워크샵극장에서 유목연극 <쏭노인 퐁당뎐>을 보기로 했다. 발음부터 재미있는 이 연극을 보자고 추천한 싱글을 실제 방송일을 하고 있는 작가 싱글. "'쏭노인 퐁당뎐' 이름부터 왠지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작가님이 보시기에 제목부터 너무 창의적인가보다. 또한, 그런 것을 찾아다니는 그녀의 직업 정신은 어쩔 수 없나보다. 공동체를 소재로 정착을 꿈꾸는 도시인과 유목을 꿈꾸는 광대들이 만나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대에서 펼쳐진다고 하며, 시민 참여자들이 직접 만든 인형을 갖고 공연에 출연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또한, 한국의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호주의 '스너프 퍼펫' 인형극단이 공동으로 제작한 도심 퍼레이드 일종이라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공연 시간이 70분이네? 공연 보고 커피 한잔 하고 5시에 '욕조 안의 세 남자' 보면 되겠다!" 이번엔 선생님 싱글이 제안한다. <욕조 안의 세 남자> 제목만 들으면 무슨 내용인지 상상이 안 간다. 사진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 새로운 형태의 거리극임을 알게 된다. 집과 새로운 고객을 찾는 개성 넘치는 세 명의 장사꾼들이 특수 제작된 욕조 차량을 밀고 끌고 당기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한다. 그들의 유난스런 하루 일과가 낱낱이 공개되고, 거리 곳곳에선 난장판이 벌어지면서 새롭게 조명되는 일과 소유, 그리고 휴식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고 적혀있다. 설명을 다 읽더니 선생님 싱글이 장난스럽게 던지는 말, "우리도 다음번에 리어카안의 세 여자로 참여해볼까? 우리 삶도 여실히 보여주고~" (일동 웃음)

공연이 끝나는 시간이 6시니, 그 시간엔 저녁을 먹기로 결정. 보고 싶었던 다음 공연은 7시 30분에 있을 피아노 연주 <구름 위의 선율>이기 때문. 피아노 연주를 유독 좋아하는 나의 추천도 컸고, 단순히 피아노 연주가 아닌 공중에서 연주와 함께 이미지가 비춰진다는 시도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어쨌든 우리는 여유 있게 빛의 카페 파반에서 간단한 빵과 음료를 즐기거나 좋아하는 떡볶이 또는 샤브샤브로 저녁을 즐기기로 결정하고 마지막 공연으로 반드시, 절대, 꼭 봐야하는 <레인보우 드롭스>를 정했다.

한국 아니 아시아에 처음 방문하는 스페인 공연단체 '라 푸라 델 바우스'의 대규모 공중 퍼포먼스로 30m 상공에서 50명의 사람들이 인간 그물을 형상화한다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들이 전문 예술가가 아니라 키 170㎝, 몸무게 70㎏이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대학생과 회사원 등이라는 점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이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아마 감탄을 자아냈겠지',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공연을 아이러니하게도 하이서울페스티발의 개막작으로 정했다.

"어때, 이정도면 싱글녀들의 즐거운 놀이로 훌륭하지?" 말없이 모두가 미소와 끄덕임 화답한다. 살다보면, 정해진 가치관에 의해 왜 혼자냐는 질문을 받고, 때론 스스로가 진정한 내 편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이 땅의 싱글들. 원하는 자들에겐 언젠가 좋은 인연을 만날 것이라고 축복해주고 싶고, 혼자이길 선택한 자들에겐 그들의 선택이 인정받길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하이서울페스티벌은 그저 좋은 다양한 프로그램만을 준비해놓지 않았다는 것. 10일. 바로 그 날, 싱글 남녀 각각 40명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만남의 장도 마련했다는 사실! 어제까지 서울시 공식 블로그와 SNS로 지원한 신청자만 4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아마 보이지 않는 별들보다 더 많은 싱글이 서울에 사는 것 같다. 싱글의 꿈과 사랑에 건배를 외치며, 곧 다가올 하이서울페스티벌, 싱글도 커플도 가족도 어린이도 어르신도 모두가 즐겁게 즐기시길!

 

 

★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가장 보고싶은 하이서울페스티벌 프로그램은?

몽골의 멜로디, 솔로 드럼 퍼포먼스 (최미화)
몽골이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아직 현대화되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느낌과 그 광활한 대지가 상상된다. 덕분에 그곳에서 잉태된 몽골의 음악, 그리고 그곳의 악기가 전하는 음악의 세계가 궁금하고, 또한 우리 음악과 어떤 공통점 또는 차이점이 있는지 알고 싶다. <솔로 드럼 퍼포먼스>는 개인적으로 드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 에, 꼭 가보고 싶고, 열정적으로 연주하는 그 무대가 너무 흥겹고 즐거울 것 같다.

동방의 신기 비천2, 구름 위의 선율 (명신희)
역사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정이 어려워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동춘서커스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었다. 다행히 지원을 받아 계속 운영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었는데, 직접 동춘서커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꼭 찾아가보고 싶다. 또, <구름 위의 선율>은 원래 피아노를 좋아하는데 피아노 선율을 들으며 떠오르는 이미지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청각과 시각을 이용한 색다른 시도로 느껴진다.

고재경 마임쇼 (홍석문)
원래 마임을 좋아한다. 마임이라는 것이 배우의 몸짓을 통해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따라하고, 또한 상상해볼 수 있게 해줘서 표현력과 상상력을 키워줌은 물론, 내가 갖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느낌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또 배우의 몸짓을 예상해보다가 나의 생각속의 몸짓을 실제 배우가 소화해낼 때, 무대위의 배우와 관객인 내가 하나가 된 것만 같아 짜릿하다.

여행자 (전영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은 화창한 봄날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삶의 현실은 허락지 않고.... 지금 필요한 것은 '대리만족'! 하이서울페스티벌에 찾아온 <여행자>를 보면서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신나는 느낌을 경험해보고 싶다.

인형들의 도시, 김대균의 판줄 (김미화)
중국 교포로서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가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이라는 큰 축제를 통해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김대균의 판줄>이 기대가 되며, 또한 비록 전통음악에서 팝송까지 여러 음악들을 들려주겠지만, 섬세하고 귀여운 인형들의 움직임을 통해 한국 문화와 서양문화를 골고루 전하는 <인형들의 도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