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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돋는 일본 배우 - [이유진 기자가 만난 理想한 사람들]한국을 사랑한 일본 배우 시오다 사다하루

MOON성元 2011. 7. 11. 14:19

 

'이달 理想한 사람들'은 친한파 일본 배우 시오다 사다하루다. 그는 2002년 우연히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라북도 정읍에서 농촌 체험을 한 뒤 한국 사랑에 푹 빠졌다. 그 후 연예인이라는 본업을 2년이나 중단하고 한국으로 와 대학에서 어학연수를 받기도 했다. 한류가 미처 자리 잡기도 전의 일이다. 남들이 보면 이상할 만큼 맹목적인 그의 한국 사랑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한국, 한국인


시오다 사다하루(35)를 덕수궁에서 만났다. 기자가 대학생 때 한 번 와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고 하자 그는 "에~" 하며 깜짝 놀란다. 자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와본 장소라는 거다. 오히려 그의 안내를 받으며 덕수궁에 들어섰다. 이 어색한 뒤바뀜이라니, 참 묘한 기분이었다.

레이디경향(이하 LADY) 한국에 처음 온 게 언제였나요?

시오다 사다하루(이하 사다하루) 2002년에 일본 TBS의 '세계 우루룬 체재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어요. 연예인이 외국에 가서 체류하는 컨셉트의 방송이었는데 저는 전라북도 정읍의 한 농가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됐어요. 그때가 저의 첫 한국 방문이었어요.

LADY

그때는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었죠?

사다하루

네. 당시는 저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한국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저 막연하게 무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한국인들은 역사적 관계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적대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일주일간의 한국행이 결정됐을 때는 그곳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절 싫어할까봐 걱정이 많았어요. 더구나 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으니까요.

LADY

직접 와보니 어땠나요?

사다하루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요. 모두 저를 마치 아이처럼 챙겨주셨어요. 덕분에 한국인의 정을 톡톡히 느끼게 됐죠. 음식도 좋았어요. 밥에 고추장만 넣고 비벼 '빨간 밥'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것도 맛있었어요. 채소도 모두 유기농이라 맛있었고요.

LADY

당시 의사소통은 어떻게 했죠?

사다하루

제가 가장 먼저 배운 한국어는 '덥다'예요. 하루 종일 논일을 하다 보니 너무 더운 거예요.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물'이란 단어도 배웠어요. 당시에는 발음이 좋지 않아 '무루'라고 했죠.

LADY

일주일간의 촬영을 무사히 끝냈나요?

사다하루

촬영은 둘째치고 전 이미 한국분들의 깊은 정에 빠져버렸어요. 고작 일주일 지내고 일본으로 돌아가버리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받은 정을 농사일도 도우며 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 스태프들에게 2개월 더 체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죠.



일본에서 발간된 사다하루의 서울 가이드북 「IT'S SEOUL」.


LADY

왜 2개월이라고 정했죠?

사다하루

벼농사를 도와드렸는데 2개월 후면 수확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결정했어요. 제가 직접 키운 쌀로 밥을 지어 먹어보고 싶었고요.

LADY

결국 밥을 먹었나요?

사다하루

그럼요. 제가 키운 쌀이잖아요(웃음). 하얀 쌀밥을 한 숟가락 뜨니 지난 2개월간의 일이 눈앞에 스쳐가는 거예요. 함께 지낸 분들께 고맙고 감동스러워서 밥상 앞에서 울어버렸어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왜 울어? 울지 마! 남자는 울면 안 돼"라고 하셨어요. 그때 제 별명이 울보였어요(웃음).

사다하루

정읍의 가족들이 보고 싶겠어요.

사다하루

네. 그래서 요즘도 종종 찾아봬요. 특히 일제 시대 때 일본 사람들에게 변을 당해 한쪽 팔이 없는 할아버지가 계셨어요. 그분이 한국어도 가르쳐주시고 참 잘해주셨어요. 절 '타잔'이라고 부르셨죠.

LADY

왜 타잔이죠?

사다하루

일본어를 모르니까 한자나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아~ 아~'를 반복하니까 저를 타잔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막걸리를 좋아하셔서 늘 몰래 드시다가 가족의 원성을 사시곤 하셨어요. 아, 보고 싶네요.

일본 친구보다 한국 친구가 더 많은 이유

정읍에서 몇 달을 생활한 후 사다하루는 본업을 위해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정읍에서 보낸 기억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계속 뭔가 허전하고 마음에 걸렸다. 그때부터 그는 한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LADY

일본에 돌아가서도 한국이 계속 떠오르던가요?

사다하루

네. 아무래도 전 한국과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헤어 메이크업 일을 하는 일본분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분이 한국 활동을 도와주겠다고 하셨죠. 일단 제게 한국어를 배우라고 조언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본 활동을 접고 2004년에 다시 한국에 와서 2년간 경희대학교에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LADY

그래서 한국어가 이렇게 자연스러운 거군요? 특히 발음이 좋아요.

사다하루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고 열심히 논 덕분인 것 같아요(웃음). 학교에서는 공부를 별로 안 했어요.

LADY

한국 친구와 일본 친구, 차이점이 있나요?

사다하루

한국인들과 더 쉽게 친해져요. 일본인들은 사람을 대할 때 서로 의식하는 탐색전 같은 시간이 있어요. 한국인들은 그런 게 없죠. 사람들이 편하게 대하니 저도 마음을 열게 되고 금세 친해지죠.

LADY

외국인이 타지에서 친구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데, 주로 어떤 계기로 친구를 사귀었나요?

사다하루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만났어요. 찜질방에서 서로 이야기하다가 친해질 수도 있고 또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친해지기도 하고요.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그 가게 주인이나 주방장과도 친구가 됐어요.

LADY

제가 보기엔 사다하루씨가 경계심이 없는 것 같은데….

사다하루

그런가요? 전 여러모로 일본보다 한국과 잘 맞는 사람인가 봐요(웃음).



LADY

한국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다하루

음…, 호기심으로 다가왔다가 그냥 가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좀 상처를 받기도 했어요. 제가 연예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기해 보여 다가온 사람들이 간혹 있었죠. 전 친구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어요.

LADY

그건 문화의 차이일까요?

사다하루
그럴지도 몰라요. 한국어 중에 그런 말이 있잖아요. "이따가 보자".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하고 헤어지는데 저는 처음에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하루 종일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린 적이 있어요. 또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도 '도대체 언제 먹자는 얘기지?' 하고 고민한 적도 있고요.

LADY

예의상 하는 말이 외국인에게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군요.

사다하루

맞아요. 한국이 좋아서 왔다가 그런 것에 상처받고 돌아가는 일본인들도 많이 봤어요. 문화의 차이죠. 한국에 있으니 문화로 받아들이고 맞춰서 살아야 해요.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차이'에 불과하니까요.

한국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사다하루는 욕심이 많다. 때문에 그의 일은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신이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국 소개 프로그램과 동명인 서울 가이드북도 출판했다. 또 문화센터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하루의 한국 투어'라는 이름의 관광 관련 프로젝트도 예정돼 있다. 친한 친구와 한국 화장품에 관련한 프로모션도 준비 중이다. 이렇듯 그에게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나라다.

LADY

'공항남녀'라는 한국 독립 영화에도 출연했는데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사다하루

그때도 우연이었어요. 처음 한국에 와서 자취를 하는데 아침에 누군가가 벨을 눌러요. 문을 열어보니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 중개업소 아저씨였죠. 근데 그 옆에 한 여자가 서 있는 거예요. 아저씨는 "이 여자분도 일본 사람인데, 여기 가까이 살고 있으니 친하게 지내!" 하고는 가버리셨어요. 전 부스스한 머리에 파자마 차림으로 그 여자분하고 첫인사를 나눴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여자분은 한국에서 캐스팅 작업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이었어요. 일본 사람이 필요한 영화를 기획하고 있던 차에 제게 오디션을 권했고 그래서 출연하게 됐죠.

LADY

일본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사다하루

대부분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나고야 TV에서 서울을 소개하는 'It's Seoul'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죠. 나고야에서는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라 곧 지상파(전국방송)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에 프로그램과 같은 이름으로 가이드북을 냈는데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반응이 좋아요. 지금 2탄을 준비 중이에요.



LADY

뭔가 차별화된 책이었나 봐요.

사다하루

책을 준비하면서 여러 종류의 가이드북을 봤어요. 일단 너무 많은 정보가 실려 있더라고요. 여행을 와서 그 많은 곳을 다 돌아볼 수는 없어요. 한국 여행은 보통 2박 3일이니까요. 전 제가 직접 돌아보면서 정말 좋은 곳이라 생각되는 곳을 엄선해서 넣었어요. 또 책을 완성하는 건 독자라는 기획으로 만들었더니 다들 만족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LADY

앞으로 한국에서 어떤 활동들이 예정돼 있나요?

사다하루

저는 일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한국 문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어요. 그것과 관련해 여행사에서 제 이름을 걸고 서울 투어 상품을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왔죠.

LADY

한국의 어느곳을 소개할 예정인가요?

사다하루

구태의연한 관광보다는 진짜 한국인들이 가는 명소를 보여줄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의 멋진 남자를 보고 싶다면 신사동 가로수길에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 카페에 데리고 갈 겁니다(웃음).

LADY

저도 가고 싶군요.

사다하루

물론 여기 덕수궁 같은 한국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도 봐야 하죠.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의 생활 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전 일본 관광객들과 한국인들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나중에 그분이 따로 관광을 오게 되더라도 '한국에 아는 사람이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LADY

한국에 대한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군요?

사다하루

제가 좀 욕심쟁이예요. 언젠가 한국에 카페도 만들고 싶어요. 저는 대학교에서 요리를 전공했어요. 일본인, 한국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한국식 디저트들을 개발해보고 싶어요. 최근에 실제로 유자차를 이용한 사이다 젤리를 만들기도 했어요.

LADY

한국에서의 방송활동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사다하루

있죠. 그런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일단 한국은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비자가 쉽게 나오지 않아요. 배우 유민씨도 고민하던 문제죠. 또 저 같은 캐릭터를 한국 방송에서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일본인 역할은 일본어가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지만 모두 한국 배우들이 소화하고 있으니까요.

LADY

요즘 한국 스타들이 일본 진출을 많이 하는데, 반대로 일본 배우의 한국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군요?

사다하루

네. 일본은 외국 배우들이 진출하기 쉬운 나라예요.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아이돌들이 성공하는 거 같아요.

LADY

앞으로 한국에서 방송 일이 없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사다하루

지금까지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뒤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해왔어요. 그래서 이룬 것들도 많고요. 10년, 20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 일본과 한국이 모두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두 나라를 오가면서라도 활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LADY

마지막으로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사다하루

제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지 10년 가까이 됐어요. 한국 체험을 시골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그때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요. 한국의 매력은 특유의 정과 예의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 그런 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한국만의 장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오다 사다하루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다. 한국을 알고 난 후 그의 인생은 풍요로워졌고, 역동적이고, 행복해졌다. 한류 바람보다 더 강한 '한국인의 정 파워'를 일본에 알리기 위해 현재 그는 분주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 그의 끈끈한 한국 사랑을 응원한다.

"한국의 매력은 특유의 정과 예의라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서는 그런 점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한국만의 장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이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