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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 감독 - 웃긴 '7급 공무원'에 없는 5가지
MOON성元
2009. 4. 3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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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 공무원’에는 ‘폭력 욕 선정성 담배 살인’ 등 5가지가 없다
[OSEN=조경이 기자] 영화 ‘7급 공무원’의 신태라(36)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몇 가지 기준을 세워서 촬영을 시작했다고 해 눈길을 끈다. 기존의 조폭 코미디에 꼭 등장하는 ‘폭력 욕 선정성 담배 살인’ 등은 절대 이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온 가족이 함께 봐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볼 수 있는 건전한 코미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코미디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 ‘7급 공무원’을 만들 때, 제1의 목표가 관객들을 웃기겠다는 것이었는지
▲웃기는 것은 시나리오만으로도 충분히 웃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관객을 웃겨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없었다. 다만 즐길 수 있는 것, 여러 가지 소품이든 배우의 재미있는 액션이든 이야기가 조합이 되면서 상호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쪽으로 가려고 노력을 했고 그런 것을 관객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 영화를 보기 전에 ‘7급 공무원’의 제목만 들었을 때는 심심하고 재미가 없어 보였다. 너무 모범적인 제목이다.
▲제목에 관해서 이야기가 되게 많았다. 대본을 딱 받았을 때, ‘7급 공무원’의 제목만 보고서는 공무원의 삶과 애환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인가라고 생각했다. 딱 열어봤는데 보고 나니까 ‘아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뭐야’ 했지만 그 제목으로 밀어 부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제목 갖고 이야기가 많았다. 급수가 낮은 것도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하다 보니 이 제목에 정이 들었고 ‘7’자가 좋았다. 찍으면서 우리 영화가 ‘7급’이니까 ‘700만’은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웃음).
- 강지환과 러시아 악당 빅토르가 비비탄을 쏘면서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웃음이 많이 터져 나왔다.
▲시나리오 자체와 콘티만 가지고도 되게 재미있었다. 촬영에 들어가서는 배우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 강지환이 ‘아 따가워’ 하면서 엉덩이에 비비탄을 맞고 오버 연기를 너무 잘 해줬다. 그 상황에서 빅토르는 프로페셔널하지만 다소 어리버리한 느낌으로 연기를 해서 조화가 잘 맞았다. 녹음실에 가서 음향 효과도 충분히 발휘했다. ‘팅팅’하는 그런 효과를 많이 내려고 했다. 여러모로 즐기면서 작업을 했다.
-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한강 신과 수원에서 찍은 엔딩 액션 신이었다. 처음 촬영에 들어갔을 때, 엔딩을 먼저 찍었다. 10월에 엔딩부터 찍기 시작해서 감을 못 잡았다. 첫 촬영에서 시작부터 찍어야 하는데 엔딩부터 찍어서 정신이 없었다. 스케줄 맞추랴 엔딩부터 찍으랴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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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은 11월에 찍었다. 날은 추워지고 김하늘은 웨딩드레스를 입어서 온몸이 꽁꽁 얼었다. 추위와 싸우며 물에서 촬영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제트스키가 달리는 것을 찍으려고 같이 보트를 타고 촬영을 했는데 카메라는 물에 빠지고 난리였다. 물과의 싸움이 되게 어려웠다. 물에선 다시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웃음).
- 공포 영화 ‘검은집’ 이후 차기작으로 코미디 장르의 ‘7급 공무원’을 선택했다.
▲공포영화를 하던 사람이 왜 코미디 영화냐고 주위에서 의외라고 많이들 그랬다. 하지만 저는 본래 공포영화를 무서워하고 싫어한다. ‘검은집’ 찍기 전에 독립 장편영화로 ‘브레인웨이브’를 찍었다. 그 영화를 보고 CJ 엔터테인먼트가 공포영화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제의가 왔고 이후에 ‘검은집’을 맡게 됐다.
▲‘검은집’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누가 연출할지 모르겠지만 잘 될 것 같았다. 막상 저보고 하라고 해서 기회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로 좋은 원작을 가지고 하게 돼서 도전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실 ‘7급 공무원’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월트디즈니 영화로 온 가족이 다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를 좋아한다.
- ‘7급 공무원’은 욕도 없고 과격한 폭력이나 섹스신도 없지만 2시간 내내 관객들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했다. 영화를 촬영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는지
▲그 동안 폭력과 욕이 난무하는 코미디들이 많았다. 저도 그게 싫었다. 그런 거 없이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우리 영화에서도 욕은 조금 하지만 욕 같지 않은 그런 욕으로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선정성이나 잔혹함은 안보이게 하려고 했다. 담배 피우는 장면은 절대 안 넣기, 총 싸움 칼 싸움 많이 해도 한 사람도 죽이지 않기, 피 한 방울도 보이지 않기 등의 기준을 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도 영화는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는 감동도 없고 교훈도 없다. 억지로 감동을 만들고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으려고 했다.
- 그렇게 건전하게 기준을 잡았지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좀더 세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그 기준을 지켜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초반에 그렇게 기준을 잡았지만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도 ‘이 부분에서는 짠하고 울려줘야지 않을까’라는 말도 했다. 그런 부분에서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주위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촬영이 끝나고 편집하면서 주위의 의견을 많이 참고하면서 편집을 했다. 처음에 세운 기분에 맞으면서 재미있게 나온 것은 편집하면서 주위의 의견을 많이 참고해서 그런 것 같다.
▲편집을 하면서 중간에 모니터 시사를 계속 하면서 주위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좋은 이야기는 참고 해서 다시 편집할 때 활용했다. 편집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니터 시사를 했다. 이 영화와 전혀 모르는 소수의 인물들을 모아다가 영화를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봤다. ‘여기서는 반응이 오네’ 그런 것을 캐치를 하고 다음 편집 할 때 웃는 부분은 강화시키고 반응 없는 부분은 죽이고 연구하면서 편집을 해 나갔다. 그게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좋아도 관객이 안 좋아하면 안 되는데 그 부분에서 소수의 집단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계속 확인하면서 편집을 해서 더 잘 나온 것 같다.
- 편집에도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영화가 매 순간 지루하지 않았던 것에 편집의 힘도 컸던 것 같다.
▲3개월 동안 편집을 했다. 편집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니까 확실히 점차 좋아졌다. 편집기사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 받았다. 코미디 영화라서 그런지 모든 작업을 할 때도 코미디와 같은 작업이었다. 편집을 하면서 ‘저 옆에다가 ‘3년 전’ 글씨를 넣으면 어떨까’ 하면서 넣어 보고 그런 식으로 이런 저런 것을 해봤다. 굉장히 즐기면서 영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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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커트를 최대한 잘게 보여줄 것만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편집을 했다. ‘검은집’ 때도 촬영을 다 끝내고 보니 2시간 50분이 나왔는데 첫 날 편집해서 한 시간을 잘라냈다. 옛날부터 현장에 가서 감독님들이 하는 것과 편집실 가서 배운 것이 ‘과감하고 단호해야 한다. 아니면 영화는 늘어진다’는 것이었다. 최대한 보여줄 것만 보여주자는 의지가 컸다.
▲관객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러 왔는데 감독이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면 안 되는 것 같다. 이번에 ‘7급 공무원’은 다 촬영하고 보니 3시간 30분 나왔는데 계속 압축했다. 내가 관객이라고 생각하면, 나도 영화를 보다가 90분이 넘어가면 엉덩이가 아프고 집중하기 힘드니까 내가 볼 때 좋은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김하늘이 본격적으로 액션 연기를 펼친 것은 처음이다. 이전까지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강해서 김하늘을 캐스팅 했을 때 액션에 대한 걱정도 좀 했을 것 같다.
▲사실 김하늘이 액션을 하는 것에 걱정을 많이 했다. 어느 여배우든 몸에 착 붙게 액션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서 김하늘도 그런 부분에서 걱정했다. 하지만 김하늘이 평소에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고 기본적인 체력이 갖춰져 있었다. 운동 신경이 꽤 괜찮았다. 무술 훈련을 첫 날 하면 보통 다음날은 뻗어서 연습에 못 나오는데 김하늘은 다음날 바로 연습하러 나왔다. 깡이 있었다.
▲김하늘은 촬영장에서도 너무 신나 하면서 열정적으로 임했다. 자신이 액션을 한다는 것에 재미있어 했다. 말에서 떨어지고 다쳐서 다리가 퉁퉁 부어도 다시 말에 올라가서 타고 정말 열심히 했다. 한강에서 제트스키를 타는 장면에서도 굉장히 추웠고 물이 겁나기도 했을 텐데 한번 가서 타더니 ‘자 갑시다’라고 했다. 그런 용감한 모습에 막 환호해줬다.
- 강지환과의 작업은 어떠했는지 ‘7급 공무원’에서 코믹 연기를 유연하게 잘 해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폭소를 많이 자아냈다.
▲강지환은 노력파라고 할 수 있다. 제가 캐스팅할 때 사실 이 사람의 정체를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영화는 영화다’는 센 역할이었고 ‘쾌도홍길동’이나 ‘경성스캔들’에서 재미있는 캐릭터를 하긴 했지만 이 사람이 코믹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다. 강지환을 딱 봤을 때 너무 멀쩡하게 생겼다. 하지만 그렇게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깨지면 그게 더 웃길 것 같았다. 웃기게 생긴 사람이 깨지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허우대가 멀쩡한데 ‘꽈당’하면 더 웃길 것 같았다.
▲촬영에 들어가니까 정말 준비를 엄청나게 해 왔다. 제가 이 영화를 할 때 컨셉트는 ‘모든 것을 다 오픈시켜 놓고 찍자’여서 강지환도 그걸 반겨서 좋아했다. 제가 시나리오의 각 신 별로 요점만 정리해 줬다. 이것만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강지환은 밤새 집에서 혼자 연습하고 대사를 여러 가지로 해 보고 그렇게 촬영장에 나왔다. 현장에서도 너무 분위기 좋게 촬영할 수 있었다.
- ‘7급 공무원’의 속편도 생각 중인지, ‘5급 공무원’ 정도?
▲(웃음)‘5급 공무원’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은 ‘7급 공무원’이 잘 되고 나서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다. ‘7급 공무원’의 흥행이 잘 되고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면 그때는 속편의 이야기를 해도 될 것 같다.
crystal@osen.co.kr
<사진> 신태라 감독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