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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쉼 없이 생각하고 마침내 말하다 "3×FTM"

MOON성元 2009. 5. 28. 17:37


영화 ‘3xFTM’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사람이 말했다 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철학을 논할 때 주문처럼 외우게 되는 이 경구를 ‘참’이라고 가정할 때 인간 존재의 근거가 생각의 양과 정비례해서 확립된다고 한다면, 생각을 많이 할수록 인간은 좀 더 사람다워진다, 다시 말해 좀 더 사람답게 진화한다라는 가설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3xFTM’의 세 주인공은 위 가설에 따르면 아마 다른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진화한 상태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 근거, 혹은 존재의 양상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맹렬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세 주인공은 특별하다. 그들이 생물학적 성별인 여성을 버리고 남성을 택해 살아가고 있는 트랜스젠더, 성적 소수자들이라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숨을 쉬는 것처럼 항상 자신의 존재를 성찰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는 하리수 씨처럼 놀랍도록 아름다운 트랜스젠더도 없고 흔히 쉽게 희화화되는 여장남자들도 없다. 또한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신체적인 변화 등을 자세히 묘사해서 일단 관객의 시선부터 끌어보는 술수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저 영화 안에는 주위를 둘러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주칠 법한 평범한 세 남자가 있을 뿐이다.


‘3xFTM’에는 볼거리보다 들을 거리가 훨씬 많다. 조심스럽게 한두 마디 꺼낸 그들의 이야기가 점점 풍성해지더니 급기야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그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보다 주인공들의 말로 가득 차 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말에도 조리가 있어지는가. 넘치게 배웠다는 그 어떤 지식인들보다도 ‘말발’이 세다.


놀라운 것은 같은 트랜스젠더라 하더라도 하고 있는 고민이 다 다르다는 점이다. 게다가 존재를 규정하는 방식도 각자 나름대로 가치관과 환경에 의해서 모두 조금씩 달랐다.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그냥 저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어요’라는 막연한 호소로 그들, 트랜스젠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자기 존재 성찰은 앞으로도 쉼이 없을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뇌를, 운명을 거스르는 선택을 한 그들이 평생 안고 가야 할 굴레일지 모른다며 안쓰럽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성적 소수자들이 맹렬한 자기 성찰에 몰두할 동안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진화는 점점 다른 이들의 그것을 앞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6월 4일 개봉.


[조선닷컴 동영상콘텐츠팀 이수진 is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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