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떨어라!"…올 여름 공포영화, 트렌드는 '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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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여름, 공포영화의 계절이 왔다…신작 4편 개봉예정
▶ "다시 단순하고, 독하게"…올해 호러영화 트렌드 3가지는
[스포츠서울닷컴 | 김지혜기자] "공포영화가 돌아왔다, 옛날처럼!"
등에 땀이 주르륵 맺히는 여름, 이 때 필요한 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영화가 아닐까? 역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이 예상되는 2009년, 충무로는 요즘 더위를 한번에 날려줄 공포영화 제작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1998년 영화 '여고괴담'의 대성공 이후 충무로는 여름 메뉴로 공포영화를 내놓는다. 지난해 여름만 부진(?) 했을 뿐 매년 3편 이상의 호러물로 더위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다시 4편의 공포물을 준비중이다. 오는 16일 개봉될 '여고괴담5-동반자살'을 시작으로 '요가학원', '4교시 추리 영역', '비명' 등의 공포영화가 잇따라 개봉된다.
올해 공포영화의 공통된 키워드는 '복고'다. 소재부터 형식까지 과거 성공한 호러의 공식을 적극 참고했다.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나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공포 영화 본연의 장점에 주력해 제작비 절감과 관객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로잡겠다는 의도다.
올 여름 관객들에게 선보일 작품을 통해 몇가지 공통된 트렌드를 찾아봤다.
◆ 다시 돌아온 학원물 "타겟 관객 노린다"
2007년 충무로는 '해부학 교실'과 '기담' 등 병원물 공포영화를 선보이며 소재확장에 힘썼다. 하지만 올해 공포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보다 익숙한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학교와 학원을 주배경으로 삼은 것. '여고괴담 5', '4교시 추리영역', '요가학원' 등이 대표적이다.
소재에 있어 학교나 학원이 강세를 보인다면 내용에 있어서는 여자의 질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요가학원'은 미에 대한 질투와 욕망으로 인해 빚어지는 파국을, 영화 '비명'은 신들린 소녀를 둘러싼 잔혹한 욕망과 핏빛 공포를 그리고 있다.
다소 해묵은 소재라 할 수 있는 학원물이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관계자들은 학원물이 가장 질리지 않으면서 가장 안전한 소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여름방학을 앞둔 10대들, 즉 학생 타겟을 공략하는데 학교나 학원만큼 공감과 흥미를 끄는 소재도 없다는 분석이다.
◆ 두뇌싸움 보다 말초신경 "무서운 게 제일이다"
구성과 전개에 있어서는 스릴보다는 호러에 집중한다. 이 역시 최근 몇년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흐름이다. 초창기 호러물은 끔찍한 귀신의 등장이나 유혈이 낭자한 핏빛 공포를 선사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는 심리 스릴러 형식으로 관객의 두뇌싸움을 유도했다.
그러나 올해는 머리싸움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쪽에 집중한다. '여고괴담5'를 제작한 씨네 2000의 이춘연 대표는 "1편이 줬던 공포와 충격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귀신과 피를 통해 강도를 높였다"며 "심장을 조이는 서스펜스만큼이나 등꼴 오싹한 시각적 공포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비명'도 신들린 소녀를 통해 무속신앙과 사이비 종교에 대한 충격적인 공포감을 전하고 있다. '4교시 추리영역'의 경우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살인사건을 통해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할 예정이다.
◆ 신선한 얼굴 기용 "차세대 호러퀸은 나"
올해 공포영화를 이끌 주역들은 그 어느 해보다 신선하다. 호러물에 첫 도전하는 배우들이 많아서다. 우선 시리즈마다 오디션을 통해 신인을 캐스팅 해온 '여고괴담'은 5편에서도 5명의 새 얼굴을 발굴했다. 오연서, 장경아, 손은서, 송민정, 유신애가 그 주인공이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4교시 추리영역'을 통해 데뷔 이래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다. 유진과 남상미 역시 각각 '요가학원'과 '비명'을 통해 호러퀸 자리를 노린다. 이들의 출연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첫 도전이라는 것, 또한 기존 이미지를 깨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요가학원' 관계자는 "공포영화의 경우 스타의 이름값보다는 시나리오나 연출 등 영화의 매듭새가 중요하다"면서 "새 얼굴 기용을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고 영화 자체의 매력을 어필하기도 좋다"고 전했다.
◆ 더 단순하고, 더 독해진 공포영화, "왜 일까?"
공포물은 충무로에서 돈되는 장르로 꼽혀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고정팬이 일정하게 확보돼 있을 뿐 아니라 큰 돈 들이지 않고 저렴하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톱스타가 없어도, 스케일이 작아도 기본적인 흥행은 보장됐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수준 이하의 공포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관객층은 얇아졌다. 자연스레 흥행에 참패했고, 시장도 위축됐다. 여기에 영화계의 장기적 불황까지 겹쳐 '여름=공포'라는 공식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올해 다시 돌아온 공포영화가 '복고'라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고괴담 5' 홍보팀 관계자는 "소재 확장이나 형식 실험 등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다시 전통 호러가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면서 "관객들이 좋아하고 익숙해하는 형식을 통해 위험 요소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영화 '여고괴담5', '요가학원', '비명', '4교시 추리영역' 포스터 및 스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