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I look to you 리뷰래요~
돌아온 휘트니, 돌아온 보컬, 돌아온 음악
절대 디바의 회심작 Whitney Houston [I Look To You]
휘트니 휴스턴의 컴백 소식은 2005년부터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이 소식은 딴 사람도 아닌 아리스타 레코드사의 사장이자 거물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신빙성이 매우 높았다.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성인용 음악이 부재하던 1980년대 중반 휘트니 휴스턴을 발굴해 모처럼 큰 여가수를 키워내고, 나중 1990년대에 디바 열풍을 선도한 바로 그 인물 아닌가. 그는 당시 미 TV프로 [액세스 할리우드]를 통해 “휘트니 휴스턴과 새 음반 작업 문제로 열흘째 미팅을 가졌다”고 말해 재기를 강력 시사했었다. MTV도 그 무렵 휘트니 휴스턴이 릴 존과 앨범 작업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팬들은 곧바로 휘트니가 돌아오나 싶었다. 하지만 휘트니 팬들은 자신들의 염원이 실현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들은 아직도 휘트니가 마약중독 치료가 끝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목소리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사실 그때 컴백 소식이 나온 것도, 마약중독 치료를 위해 재활 클리닉에 들어갔다가 퇴원한 시점이었다. 2007년에도 믿을만한 컴백 뉴스가 나왔지만 우리 손에 결과물은 쥐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린 올해 2월 보다 확실해진 소식을 접하게 됐다. 휘트니 휴스턴이 그래미 상 시상식 전에 열린 프리 그래미 파티에 출연, ‘I Will Always Love You’ 등을 노래해 팬들의 설렘을 불렀고 이 자리에서 다시 클라이브 데이비스 사장이 “휘트니 휴스턴이 컴백 준비를 끝냈다”고 확실히 언급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 [Just Whitney] 이후 7년 만에 새 앨범이 우리 손에 주어졌다.
감격의 컴백, 감동의 신곡
그 기분은 한마디로 감격이었다. 어려울 것 같던 휘트니 휴스턴의 신곡을 접하게 되다니. ‘I Look To You’와 ‘I Didn't Know My Own Strength’를 듣고는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그의 열성 팬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그의 분명한 컴백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온기가 가득하면서도 고음에서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그의 매직 보컬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누군가.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말에 누구나 적극 동의한다. “정말 휘트니 휴스턴만한 가수가 또 없다. 작사가나 프로듀서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다들 그녀의 컴백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 ‘Greatest Love Of All’, ‘Didn't We Almost Have It All’, ‘All The Man That I Need’, 그리고 ‘I Will Always Love You’가 건넨 전율과 감동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설령 1990년대에 머라이어 캐리와 셀린 디온이 그의 인기를 추월했어도 사람들은 따스하면서도 청량한 그의 명품 보컬만은 여전히 당대 최고라고 여겼다. 우리 가수 양파는 휘트니 휴스턴을 두고 ‘엄마 같은 보컬’이라고 했다. 스탠더드 성향의 팝을 배격하는 록 평단도 휘트니에게만은 비난의 시선을 거두었다. 록 전문지 [Q]가 2007년 4월호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100인’을 선정했을 때 최악의 가수로 3위 셀린 디온, 4위 머라이어 캐리를 올려놓으면서도 휘트니는 위대한 가수 98위로 포상(?)해준 사례가 말해준다.
1998년 후반기에 발표한 앨범 [My Love Is Your Love]가 전에 비교할 수 없는 미지근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도 팬들은 휘트니가 언젠가는 파괴력을 재 탑재할 것으로 믿으며 기다림을 계속했다. 2002년에 발표한 [Just Whitney]는 분명 참패였다. 여기서 발표한 싱글 ‘Whatchulooknat’, ‘One Of Those Days’, ‘Try It on My Own’은 과거 1위 자리를 제 집 드나들 듯 누비던 시절이 무색한, 각각 96위, 72위, 84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심지어 ‘Love That Man’은 핫100 차트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래도 팬들은 그 음반을 컴백앨범으로 치지 않았다. 휘트니의 회복 의지와 절치부심의 자세가 집약되지 않은 앨범으로 본 것이다.
신보는 다르다. 베이비페이스와 손잡고 스탠더드 팝 감성에 단순 의존한 전작과 달리 이번은 앨범 접근의 감성이 훨씬 곧으면서도 여유롭다. 담담하게 여전히 나는 죽지 않았다고 읊조리는 듯한 느낌, 팬들의 성원에 대한 감사의 마음 그러면서도 과거 성공그래프에 집착하지 않는 홀가분함이 전해진다.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도움을 받은 날씬한 맛의 첫 곡 ‘Million Dollar Bill’부터 순조롭다. 만약 ‘I Look To You’가 성공을 거둔다면 후속 싱글로 내놔도 손색이 없는 곡이다.
굴곡을 그려내는 휘트니의 여전한 빼어난 감정처리
3번 곡 ‘Call You Tonight’부터 7번 곡 ‘I Didn't Know My Own Strength’까지는 전형적인 휘트니 표 스탠더드 풍 R&B팝이다. 감동이다. 첫 싱글인 ‘I Look To You’는 도입 저음파트에서 음색이 약간 허스키하게 바뀐 느낌을 주지만 곧바로 휘트니의 전형적 보컬로 진행된다. 알 켈리(R Kelly)의 안정된 멜로디가 휘트니를 만나 우리로 하여금 회상과 추억의 타임머신 승차를 유도하는 곡이다. 싱잉과 래핑의 중간 미학을 찾아낸 동시에 오토튠 열풍을 일으킨 에이콘(Akon)이 프로듀스하고 보컬 피처링한 ‘Like I Never Left’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겠지만 에이콘도 유려한 휘트니의 보컬을 전혀 압도하지 못한다.
레온 러셀의 명곡으로 카펜터스도 부른 ‘A Song For You’는 휘트니가 리듬감을 완연히 되찾았음을 증명하고, 이 시대의 작곡가 다이앤 워렌(Diane Warren)이 휘트니를 위해 쓴 ‘I Didn't Know My Own Strength’는 그간의 상황과 휘트니의 극복의지를 안다면 새삼 노랫말의 감동을 맛볼 곡이다. 다이앤 워렌의 빼어난 멜로디 주술력과 굴곡을 그려내는 휘트니의 감정 처리 역량이 조화를 이룬 강력한 후속 싱글 후보다.
휘트니의 팬의 경우 ‘Worth It’, ‘For The Lovers’, ‘I Got You’ 그리고 마지막 곡 ‘Salute’까지 어떤 곡도 버릴 게 없다. 만약 전성기의 총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면 그는 매정하게 그간의 불우한 사생활과 마흔 일곱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스물 셋에 부른 ‘Greatest Love Of All’, 스물 아홉에 부른 ‘I Will Always Love You’와 지금의 노래가 어찌 동급의 보컬에너지를 보이겠는가.
휘트니가 돌아왔다. 그것은 거물 싱어의 컴백인 것과 함께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추억과 낭만이 돌아온 것이다. 음악의 온기와 청량함이 롤 백한 것이며 음악인구의 설렘과 감동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기술에 찌든 힙합에 지쳤고 재래식 음악미학에 굶주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휘트니가 반갑게 ‘Salute’를 건넨다. 음악이 돌아온 것이다.
글: 임진모(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