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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영화제 개봉작 '스프링피버'의 로예 감독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일상"

MOON성元 2009. 8. 21. 14:26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내한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중국 영화감독 6세대의 기수로 손꼽히는 로예(婁燁) 감독은 반골기질이 다분한 사람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 '여름궁전'(2006)을 만들어 중국 당국으로부터 5년간 영화 촬영 금지를 당했던 로예 감독은 곧이어 노골적인 동성애 장면이 가득한 '스프링피버'(Spring fever)를 내놓았다.

중국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동성애를, 그것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그의 반골기질은 오히려 더 강해진 듯 보인다.

중국 정부의 단속망을 피해 소리 소문 없이 찍은 '스프링피버'로 그는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지난 2006년 아시아 영화로는 유일하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여름궁전'에 이은 연타석 안타인 셈이다.

최근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로예 감독은 19일부터 25일까지 압구정 CGV에서 열리는 '시네마디지털서울 2009'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내한했다. '스프링피버'는 이 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 하다.


로예 감독은 '스프링피버'에 대해 묻자 대뜸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운을 뗐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이 영화에 인간의 원초적인 부분이 많이 다뤄졌다는 뜻이다.

원래 '스프링피버'란 제목은 1930년대의 중국 소설 '봄바람에 취한 밤'에서 따왔다. 봄, 바람, 취한 듯한 분위기 등 느낌을 살리고자 봄날의 우울함과 나른함이라는 의미가 담긴 '스프링피버'를 영어제목으로 택했다고 한다.

영화는 남남 커플과 남녀 커플의 격렬한 질투와 강박적인 사랑을 다뤘다. 그리고 그 사랑의 뒤에는 처연한 슬픔과 외로움, 고통과 두려움 등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본능에 관한 문제를 생각하지만, 사회적 억압 때문에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죠. 저는 개인의 '구체적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통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 사랑, 원한, 질투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 같은 성향 때문일까. 그의 시선은 사회보다는 개인에 닿아있다. '스프링피버'에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는 소소한 일상의 자국들이다.

"국가, 민족, 역사 등 거대한 개념을 다루다 보면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사는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작고 구체적인 것들, 이를테면 커피 마시고, 잡담을 나누는 게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스프링피버'의 화면은 거칠다. 인물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반영하기 위해 화면의 흔들림이 많은 핸드헬드 방식으로 촬영한 때문이다.


"홈비디오 느낌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집에서 카메라를 들고 찍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어요."

디지털영화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궁극적으로 영화 만들기는 보편화될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쉽게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찍고 싶은 것들을 찍을 수 있어요. 더욱 풍부하고 다양한 영화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찍느냐는 겁니다."

1960년대 프랑스 누벨 바그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러브스토리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쯤 촬영에 들어갈 이 영화는 프랑스로 건너간 한 중국여성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을 심사할까 묻자, 짧지만 명료하게 말한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