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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객들, '실화스릴러' 왜 열광할까

MOON성元 2009. 8. 31. 18:21

[OSEN=최나영 기자] 한국영화에서 강세를 보이는 장르 중 하나가 스릴러다.

지난 해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8 영화소비자조사'에 따르면 만 15~45세의 주 관람 영화장르는 액션(43.3%), 드라마(29.5%), 로맨틱코미디(19.2%), 범죄/수사/추리/스릴러(17.8%), SF/판타지/무협(17.7%), 코미디(16.5%), 멜로/로맨스(13.1%), 애니메이션(8.5%), 공포(4.8%), 성인/에로(4.3%), 사극/시대극(2.2%), 다큐멘터리(2.1%) 순이다.

 

이처럼 한국 관객 선호도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릴러 중에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스릴러가 한국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살인의 추억'(2003), '그놈 목소리'(2007), '추격자',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이 그것이다. 곧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을 다룬 '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가제)'도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실화 스릴러는 왜 사랑을 받을까? 전대미문의 미제사건을 다루며 다시한 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그놈 목소리'는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추격자'는 유영철이 저지른 서부 지역 연쇄 살인사건을, '이태원 살인사건'은 이태원 패스트푸드점 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 같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들은 사회의 이슈 속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힘을 지녔다.

또 이런 호기심 뿐만 아니라 '실화'라는 점 자체의 호소력 때문이다. '실화'라는 요소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구조에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민 정서에 호소하는 진정성이 더해진다.

'살인의 추억'과 '이태원 살인사건'은 엉성한 현장보존이나 증거 관리 등 불합리한 수사과정으로 인해 매번 뒤바뀌는 증언과 범인 지목의 상황을 통해 답답했던 당시 대한민국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놈 목소리'나 '추격자'는 범인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을 최고조로 이끈다.

뿐만 아니라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같은 영화들은 미종결된 사건을 재구성해 미지의 범인을 쫓는 과정에 초점을 뒀고 '이태원 살인사건'은 두 명의 용의자 중 범인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죄로 풀려나게 된 사건의 숨겨진 전말을 보여줄 예정이라 관객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살인 사건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법조계와 법률관계자에 따르면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법대에서 교재로 쓰일 수 있다. 이 영화가 다룬 문제는 법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곤란한 사례 중 하나로 증거는 다 청소됐고, 두 명 중에 한 명인 것은 확실한데 둘 다 범행을 부인하고, 서로에 대한 목격자도 한 명 밖에 없는데 그들의 증언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상황이란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