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행사명 : 제1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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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만 존재하는 공간, DMZ(비무장지대)가 평화와 소통, 생명을 향한 세계 다큐멘터리 축제의 장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올해 첫 발을 내딛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10월 22일 DMZ에서, DMZ를 주제로 화려하게 개막하는 영화제.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이야기를 가진 곳, 많은 역사를 가진 곳”이라는 김문수 조직위원장의 말에 일단 고개가 끄덕여진다. 휴전의 상징물이자 생태계의 보고인 DMZ는 최근 생태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사 중 하나로 전락될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평화와 생명, 공존, 생태를 상징하는 DMZ와 다큐멘터리영화제의 만남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DMZ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한다.
장소가 가지는 의미가 큰 만큼, 영화제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꾸밈새도 묵직하다. 먼저 DMZ 이곳저곳이 이번 기회에 문을 활짝 열 예정이다. 비무장지대와 공동경비구역 내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은 평소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장소지만 영화제 특별 전야제 장소로 지정되면서 처음으로 외부 행사를 치르게 됐다. 영화제가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DMZ DOCS 평화장정은 강원도 고성부터 경기도 파주에 이르는 비무장지대 155마일을 공개한다. 10월 25일에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부터 민통선 철책선을 따라 달리는 DMZ 평화자전거행진도 이어진다. 매년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파주 출판도시 가을 책 잔치도 영화제와 연계돼 치러질 예정이다.
개막작 역시 DMZ의 의미가 십분 반영된 작품이 선정됐다. 독일 출신 다큐멘터리스트 레온 겔러 감독의 작품 <예닌의 심장>은 이스라엘 군의 총에 죽음을 맞이한 어느 팔레스타인 소년과, 아들의 장기를 여섯 명의 이스라엘 어린이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던 사람들이 화해의 실마리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 작품은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을 듯하다.
<예닌의 심장>
경쟁부문인 ‘국제경쟁’ 섹션에서는 한국 작품 <경계도시 2>를 포함해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온 총 아홉 편의 작품이 경합을 벌일 예정. ‘DMZ 초이스‘는 평화, 소통, 생명, 공존을 다룬 작품을 중편, 단편 가리지 않고 상영한다. 분쟁 지역들의 정치상황(<납치의 연대기><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외)과 인종차별, 아동학대 등을 다룬 작품까지 총 12편이 소개된다.
다큐멘터리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관객이라면 ‘글로벌 비전’을 눈 여겨 보는 것도 괜찮다. 이 섹션은 선댄스 영화제, 캐나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 세계 영화제 수상작을 소개하는 자리.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 <맨 온 와이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모델인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다룬 <셉템버 이슈> 등 12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이와 더불어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 등 올해 한국에서 제작된 참신한 신인 다큐멘터리스트들의 신작 6편도 공개된다.
마지막으로 매해 새로운 주제를 내놓는 ‘스페셜 포커스’에선 올해 네 가지 특별전을 내놓았다. ‘닥 얼라이언스 베스트 다큐전’은 덴마크, 독일, 체코, 폴란드, 스위스의 다큐멘터리영화제 연합인 ‘닥 얼라이언스’가 선정한 2009년 최고의 작품 다섯 편을 선보인다. ‘북한, 다큐로 만나다’는 <평양의 미국인들><웰컴 투 노스 코리아!> 등 서구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북한의 풍경을 그린 여섯 편의 상영작을 모았다. 이밖에 ‘벽’을 주제로 한 <우리의 벽>, 카타르 민영방송사 알 자지라에서 제작한 다섯 편의 다큐멘터리도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다. 세계 30개국에서 날아든 62편의 다큐멘터리는 파주시에 위치한 씨너스 이채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송순진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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