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분식
감독 : 태준식
주연 : 최영임, 제리 K, 안성민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82분
배급 : 시네마 달
개봉일 : 2009-11-26
관람등급 : 전체 관람가
상영관 : 시네마 상상마당, 대구 동성아트홀
백반처럼 담백하고 소백한 홍대의 맨얼굴
트렌드의 속도전이 펼쳐지는 곳, 홍대 앞. 누구나 한 번쯤 지나쳤을 주차장 골목이나 놀이터, 혹은 카페들이 밀집된 거리는 ‘이방인’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진짜 ‘홍대 피플’의 공간으로 가려면? 어느 곳이나 그렇듯, 겉으로는 아무런 특색이 없어 보일지라도 골목 구석구석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어느 곳이 진짜 홍대 앞의 모습이라고 재단할 순 없다. 화려한 유행의 거리가 곱게 단장한 홍대의 모습이라면, 생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골목들 역시 홍대 앞의 맨얼굴이기 때문이다.
<샘터분식>은 그 맨얼굴을 담기 위해 미시적인 관점으로 홍대 앞을 들여다본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따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다반사를 담는 것이다. 그 중심축에는 ‘샘터분식’을 드나드는 세 명의 홍대 피플이 있다.
영화가 홍대 앞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2월. 대선 벽보가 수선스럽게 붙어 있는 홍대의 어느 골목길에서, 한 아주머니가 이른 아침 문을 연다.
태준식 감독은 물론,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게도 익숙한 ‘샘터분식’ 최영임 사장이다. 과거 전업주부였던 최영임 사장은, 언젠가는 더 큰 식당을 열 것이라는 희망 아래 오늘도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인근 카페들의 커피 값이 자신이 파는 한 끼 밥보다 훨씬 비싸도, 최영임 사장은 밥값 500원 올리는 것을 망설인다. 제리 K 혹은 김진일은 소울 컴퍼니에 소속된 힙합 뮤지션. 취업대란이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 속에서, 그는 열심히 힙합 리듬을 실어 나른다.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게 마냥 행복하면서도, 그 역시 “불안해, 불안해”를 외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20대다.
마지막 인물, 안성민은 “돈 안 되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30대 남자다.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시대, 그가 꿈꾸는 것은 민중들 사이에 풀뿌리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가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혹은 ‘민중의 집’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느리게 좇는다. 소비의 중심인 홍대 앞, 안성민의 이런 생활은 다소 낯설게 보인다. 이처럼 <샘터분식>에는 홍대 앞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면서도, 굳이 홍대 앞이 아니더라도 무방할 풍경들이 펼쳐진다.
그저 계절이 변화하고, 해가 뜨고 지며, 상점들이 문을 열고 닫는 곳. 영화는 이런 평범함이야말로 유행의 홍수를 앓고 있는 홍대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풍경도 평범하고, 등장인물들도 평범하며, 영화의 부제마저 ‘그들도 우리처럼’이다.
<샘터분식>은 세 주인공 외에, 그들의 지인 세 명을 더 등장시켜 디테일을 살린다. 홍대역 2번 출구 앞에서 옥수수를 파는 최순분 아주머니, 소울 컴퍼니의 MC ‘더 콰이엇’, ‘민중의 집’ 정경섭 위원장. 그 중 정경섭 위원장은 홍대 앞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린다.
적당히 저항과 반항이 살아있는 곳, 그러나 그것이 위험하지는 않은 곳. 그의 말대로, <샘터분식> 속 홍대 피플들은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누릴 줄 안다. 그리고 그런 라이프스타일은 태준식 감독의 시선이기도 하다.
그간 한국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태준식 감독은, 투쟁하기에 앞서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안부 인사를 건넨다. 사람에 대한 그의 믿음은, 그리고 그 믿음이 반영된 영화 <샘터분식>은 최영임 사장이 만든 백반처럼 담백하고 소박하다.
신민경(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