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 - 사랑과 성별과 사회의 삼자대면
감독 : 김조광수
주연 : 서지후, 이제훈
제작국가 : 한국
상영시간 : 본편(30분), 본편+메이킹(54분)
배급 : 청년필름
개봉일 : 2009-12-17
관람등급 :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관 : 서울 상상마당, 인디스페이스, 하이퍼텍 나다, 씨너스 이채, 부산 국도&가람예술관, 대구 동성아트홀 대전 아트씨네마, 전주 디지털 독립영화관, 광주극장, 영화공간주안
<친구사이?>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에 이어 김조광수 감독이 두 번째로 내놓는 ‘게이 영화’다.
전작에서 그는 ‘커밍아웃한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조심스럽게 드러내듯, 시선의 교환이나 떨리는 접촉 같은 미시적인 감정을 중심으로, 소년 민수(김혜성)가 소년 석이(이현진)를 만나는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주었다.
여전히 민수(서지후)와 석이(이제훈)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전작인 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소년에서 청년이 된 20대 초반의 게이 커플은 단 둘만의 관계에서 벗어나 ‘가족’이라는 사회적 제도 안에서 그들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군에 간 민수를 면회 간 석이. 이때 민수의 엄마(이선주)가 예고 없이 면회를 오면서, 이들의 관계는 긴장감을 맞이한다.
엄마에게 석이와 ‘친구 사이’라고 말하는 민수. 버스가 끊기면서 그들은 한 방에서 함께 자게 되고, 어머니가 성당에 간 사이 사랑을 나누던 민수와 석이는, 지갑을 가지러 다시 돌아온 엄마에게 그 모든 광경을 들킨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엄마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소년, 소년을 만나다>의 느낌이 다소 심미적이며 간접적이었다면, <친구사이?>의 화법은 좀 더 통속적이고 직접적이다.
전작이 처음으로 동성애적 감정을 느끼는 소년(들)의 어떤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면, 는 성 정체성이 ‘육체의 감옥’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의외의 장면에서 울림을 준다.
석이는 면회 가는 길에 우연히 한 여자(이채은)와 동행하게 된다. 그녀도 애인에게 면회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애인은 그녀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와 석이는 다시 만난다.
둘은 함께 술을 마시는데, 그녀는 석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남자가 아닌 게… 너무 싫어요.” 석이는 대답한다. “난… 내가 남자인 게 너무 싫어요.” ‘사랑’과 ‘성별’과 ‘사회’가 삼자대면을 하듯 충돌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영화는 방황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고, 씩씩하게 질주한다. 그리고 여기엔 동성애자들의 사회적 삶을 위해선 이성애자들의 이해와 포용이 중요하다는 식의 관점도 없다.
‘들킴’으로써 의도하지 않게 커밍아웃하게 된 석이와 민수. 그들은 서로에게 떳떳해짐으로써 그들 ‘사이’에 붙어있는 물음표(?)를 떼게 되며, 대낮의 광화문 공원에서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이 된다. 이후 ‘밀리터리 게이 커플’로서(한 달 후 석이도 입대한다) 충성을 다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차용하고 있는 뮤지컬 스타일이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도 큐피드(예지원)를 갑자기 등장시켜 ‘길거리 부킹’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노래로 흥을 돋우고 귀여운 애니메이션으로 화면을 채웠던 김조광수 감독은 <친구사이?>에서 ‘바람피지 말아줘’라는 트로트풍의 흥겨운 가락에 진솔한 가사가 돋보이는 노래로 영화를 열고 닫는다.
영화 중간에는 ‘엄마, 미안해요’라는, 민수의 심경을 담은 잔잔한 발라드가 흐른다. 이러한 방식은 <친구사이?>에 통속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일종의 판타지로 작용한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게이 3부작’을 언급하며, 다음 영화는 30대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의 위장 결혼에 대한 70분 정도의 장편영화가 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소년, 소년을 만나다>가 10대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게이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친구사이?>가 20대 청년기의 ‘커밍아웃’에 대한 영화라면, 세 번째 게이 영화는 중년으로 넘어가는 동성애자들의 사회적 삶을 더욱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될 것이다.
두 편의 전작들이 학교,군대,가정,종교 등의 제도 속에서 결코 밝은 톤을 잃지 않았다면, 좀 더 구체적인 ‘삶’ 속에서 동성애자들을 보여줄 세 번째 영화는 어떤 느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개시킬까, 사뭇 궁금해진다.
여기서 더 궁금한 것 하나. <소년, 소년을 만나다>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내렸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에 왜 ‘청소년 유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모방 위험’과 ‘선정성’이 높다니…). 어쩌면 이것이 <친구사이?>가 담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진짜 현실’인지도 모른다.
김형석(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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