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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즈 비보이
MOON성元
2009. 12. 28. 11:07
참 생생하고 솔직하고 사실적인 청춘영화
영화 <올웨이스 비보이>는 제목 그대로 비보이를 소재로 한 영화다. 감독, 제작자, 배우 등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은 없지만 지난 10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와 한 핏줄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우선 한국의 비보이 댄서들에 대한 이야기란 점에서 그렇고, <플래닛 비보이>의 감독이 재미교포 벤슨 리인 것처럼 <올웨이스 비보이>의 권우탁 감독 역시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다. 비보이의 나라 미국에서 태어난 두 감독은 때로는 동포의 눈으로, 때로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비보이를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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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스 비보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지닌 한국 비보이 청년들의 현재를 그린 청춘 성장 영화다. <플래닛 비보이>와 달리 픽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도 있다. 극중 비보이팀 리더인 세븐과 나머지 주요 캐릭터들은 실제로 비보이팀 맥시멈 크루의 멤버들이다. 영화는 주인공 세븐이 이끄는 비보이팀이 세계 최고의 비보이 대회인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실력을 뽐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이 장면이 끝나고 나면 세븐이 다른 비보이에게 “우리 모두는 세상이라는 도랑에 갇혀 있는데 그 중 몇 명은 별들을 향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오프닝 크레디트 시퀀스가 시작된다. <올웨이스 비보이>가 다분히 관념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는 점을 귀띔하는 대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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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은 비보이팀의 리더다. 북한에 있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 인물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배고픈 비보이가 되기보다는 살아있는 위대한 알렉산더 대왕이 되고 싶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연습실에서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이야기하는 그를 팀원들은 탐탁치 않게 여기고, 팀원들 역시 팀 운영을 도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세븐이 불만스럽다. 스폰서 문제로 팀이 해체 위기에 처하지만 멤버들은 꿋꿋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세븐은 발레 공연장에서 보게 된 한 발레리나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대회가 다가오면서 세븐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고통을 겪고 재정비된 팀을 이끌고 ‘배틀 오브 더 이어’ 한국 결승전에 진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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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스 비보이>는 비보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사실성에 근접하지만 종종 아마추어 배우들의 연기로 인해 극적 몰입이 방해된다. 청춘영화의 도식적인 구성과 다소 현학적인 메시지, 아마추어리즘을 드러내는 형식 등 신인 감독의 단점이 드러나는 부분도 많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올웨이스 비보이>는 주목할 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충무로에 거의 사멸한 청춘영화를 장르적 관점이 아닌 사실적 관점에서 다시 끌어냈다는 점 때문이다. 묘사하는 방식이 투박하고 간단하며 거칠긴 하지만 <올웨이스 비보이>에는 생생한 솔직함이 있다. 극중 인물들이 이야기하는 비보이팀 스폰서와 병역혜택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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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웨이스 비보이>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감독이 한국에서 6년간 살며 느낀 것, 한국 청년들을 바라보고 관찰하며 얻은 것을 담은 보고서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을 하다 납북된 할아버지를 둔 권우탁 감독은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에서 힌트를 얻어 <올웨이스 비보이>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국제아시안아메리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
고경석(아시아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