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 “신기(神氣) 있었지만 극복했다”(배우탐험)
[뉴스엔 홍정원 기자]
배우 지진희(39)가 변했다. 요즘 '몸짱'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복근에 식스팩도 생겼다. MBC 새 월화드라마 '동이'에서는 왕(숙종, 사진 왼쪽) 역할을 맡아 몸 만드는 게 사실상 필요 없지만 촬영 시 소진할 체력 보강을 위해 암벽등반을 하는 등 꾸준히 운동을 해왔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야외촬영이 많은 사극은 체력 싸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운동에 더욱 신경 썼다. 또 데뷔한 지 10년 된 그는 자신을 변화시킬 무언가가 필요했고 몸을 만드는 게 하나의 결의이자 방편이었다.
지난 10년간 연기 변신에 대한 목마름은 영화를 통해 해소했다. 그의 첫 번째 스릴러 'H', 잔혹한 고문 시대를 살아가는 운동권을 표현한 '오래된 정원', 음담패설을 날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속물을 그린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여기에 하드보일드 액션 작품 '수' 에 이어 얼마 전 개봉한 스릴러물 '평행이론'(사진 오른쪽) 역시 부단한 변신의 결과물이다.
# 지진희의 요란하지 않은 변화
지난해에는 기존에 하지 않았던 로맨틱 코미디 '결혼 못하는 남자' 초식남에 도전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2009년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결못남), 영화 '평행이론' '집 나온 남자들'(4월8일 개봉)을 연이어 촬영했다. 지금은 오는 22일 첫 방송을 앞둔 '동이' 촬영에 한창이다. 데뷔한 지 10년 돼 조금은 쉴 만도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고 있다. 나태해질까 봐 다작을 하고 있다. 그렇게 자만하지 않는 성실함으로 요란하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다.
"표 나지 않게 조용히 활동하는 게 좋아요. 마지막 절정을 위해, 길고 오래가기 보다는 제대로 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콤플렉스요? 그런 건 없어요. 다행히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 '대장금' 민정호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미지 바꿀 생각 없어
7년 전 드라마지만 '대장금'의 민정호 이미지가 오래가고 있다. '대장금'은 '겨울연가'와 함께 '한류 쌍두마차'이기에 지진희에게 있어 민정호는 연기인생을 살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유명한 존재다. 민정호 이미지 때문에 그의 파격 변신은 늘 티가 나지 않아 보인다. 지진희는 장금이(이영애)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감미로운 '신사' 민정호는 사실 실제 자신 안에 없을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제가 부드러운 남자, 젠틀맨의 대명사요? 아닌데. 욕을 잘해요. 다들 제게 속고 있는 거예요. '대장금' 민정호 이미지가 컸죠. 젠틀한 이미지가 오래가는 거 보니……. 저와 민정호 이미지가 어울렸으니 젠틀하다는 얘기가 나온 거겠죠. 지금의 제 이미지를 바꿀 생각은 없어요."
평소 지진희는 촬영장에서는 연예인 같지 않은 모습으로 유명하다. 옆집 오빠 혹은 옆집 아저씨 같다. 가식을 찾아볼 수 없다. 인터뷰에서 "스토커가 해외 호텔까지 따라온다"고 스스로 먼저 말할 정도로 솔직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을 정도로 소신도 뚜렷하다. 성격은 조용하면서 화끈하다. 시끄럽게 떼로 어울려 다니는 것보다 조용히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진희는 겉으로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내적으로 강한 '외유내강형' 배우다.
#'신기'(神氣) 있었지만 이젠 극복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긴 지진희이기에 그는 무서운 게 없다. 교통사고로 차가 반 토막 난 적이 있었음에도 살아남았다. 홍콩에서 귀신을 만나 이야기하고 싸운 적도 있었다. 당시 무엇에 홀렸는지 자신도 모르게 20층 높이에서 떨어질 뻔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처녀보살이 찾아와 지진희에게 신기(神氣)가 있어 범상치 않다고 말한 적도 있다.
"어릴 땐 신기가 있어 힘들었어요. 너무 싫어 벗어나려 애썼죠. 신기나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다 보니 신기가 없어졌어요. 사실 그 신기 때문에 (하)정우와도 가까워졌어요. 정우도 신기가……. 정우와 그림, 사진, 신기로 가까워졌죠. 사람들과 우르르 몰려 다는 것 말고는 그 세 가지가 저와 비슷하거든요. 살인자 역으로 '평행이론'에 특별 출연한 정우가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어요. 영화 '황해'까지 살인자 역할인데 '평행이론'까지 하면 3번째 살인자 역할인데다 두 작품 연속 살인자 연기를 하는 셈이에요. 그래서 정우가 못하겠다고 했었죠. 그 역할을 맡을 배우로 정우 외에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아 '평행이론'에 출연해주면 정우가 주연을 맡는 영화에 저도 출연하기로 약속하면서 출연이 성사됐어요."
# '동이' 통해 7년 전 '대장금'과 다른 모습 보일 것
'대장금'에서 함께했던 이병훈 PD와 '동이'로 다시 만난 지진희는 극중 숙종 역을 맡았다. 그는 최근 포스터 촬영현장에서 "'대장금'의 지고지순하던 민정호가 7년의 숙성 과정을 거쳐 왕으로 귀환했다. 바라만 보던 자리에서 임금으로, 또 멋진 남성의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동이'가 한참 전파를 탈 무렵에는 그의 또 다른 주연 영화 '집 나온 남자들'이 개봉한다. 가출한 아내를 좇는 남편, 그와 동행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린 코미디다. 그는 영화 속에서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유치하고 속 좁은 음악평론가 성희 역으로 가출한 아내를 찾아 나선다. '동이'의 이병훈 PD처럼 영화 역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으로 함께 작업했던 이하 감독과 다시 만났다. 감독들로 하여금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배우, 지진희다.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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