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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전주국제영화제
MOON성元
2010. 4. 16. 16:34
전주국제영화제가 올 해로 11회째를 맞는다. 지난 해 역대 최다 관객 동원을 달성하며 떠들썩한 열돌 잔치를 벌였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첫 해로서 야무진 한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한 상영 편수(총 49개국, 209편(장편 131편, 단편 78편))는 ‘10회까지 영화제를 성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 반면, 올해부터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내실을 기하고자’한 조직위 측 의도의 반증이기도 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월드/인터내셔널/아시아 프리미어가 가능한 작품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새로운 출품규정을 두었고, 이로 인해 출품작이 다소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관객들에게 신선한 영화들을 선사하는 한편, 전주영화제가 발굴한 신선한 영화, 새로운 감독들이 국내외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기를 원하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의도처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부터 저 멀리 남미까지 전세계에 걸쳐, 아직 미발굴의 ‘신인’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푹 젖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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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의 핵심 프로젝트이자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디지털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세 명의 감독에 의해 제작되었다. 미국 실험영화의 거장 ‘제임스 배닝’은 독일의 제철소에서 강철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선철 Pig Iron>을, 캐나다의 대표적인 인디 영화 감독 ‘드니 코테’는 전쟁미스테리 코미디 <에너미 라인스 Enemy Lines>를, 아르헨티나의 주목받는 신예감독 ‘마티야스 피녜이로’는 섹스피어의 연극을 준비하는 배우들이 섬에서 벌이는 헤프닝을 그린 <로잘린 Rosalind>을 가지고 전주를 찾는다. 또,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디지털삼인삼색에 참여한 감독들의 최신작과 추천작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제임스 배닝 감독의 추천작 <슈투르디SSHTOORRTY>는 한 아티스트가 그의 연인에게 그림을 전달하는 과정을 그린 3분짜리 에피소드를 12번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예기치 못한 액션, 장면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또, 필름들이 겹쳐질 때 만들어지는 색의 조화에 대한 마이클 스노우 감독의 명민한 주의는 이 영화가 ‘그림에 대한 그림’이라는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드니 코테 감독의 최신작 <카르카세스 Carcasses>는 버려진 차들의 무덤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평화로운 공간에 4명의 10대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긴장을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뒤섞이는 가운데서 고조되는 긴장감은 자극적이면서도 묘하게 시적인 면이 있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창의적인 스릴러로 평가받는 마티야스 피녜이로 감독의 2009년 작 <그들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They all lie>도 볼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시골집에 모인 청춘남녀들. 그들 개개인의 플롯은 음모와 기만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 이 복수의 플롯들이 모였을 때,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역사라는 의외의 큰 줄기가 은유적으로 펼쳐진다. 과연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묵직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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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과 로컬, 거장과 신인의 작품이 한대 어우러져 동시대 세계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네마스케이프’에서는 SF영화의 고전이자 걸작인 프란츠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 Metropolis>를 2010년 복원판으로 볼 수 있다. 제작 당시 제작사의 무차별적 가위질로 인해 상당부분 소실되었던 <메트로폴리스는> 2008년 30분가량의 분량이 발견되면서 감독판에 가까운 버전으로 다시 복원되었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가족사로 다시 눈을 돌린 프란시스포드코폴라 감독의 2009년작 <테트로 Tetro>, 미스테리와 코미디, 로맨스가 결합된 자크래베트의 2009년 작 <작은 산 주변에서 Around a small mountain>,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차이밍량식 해석을 담은 단편 <나비부인 Madame Butterfly> 등도 만나볼 수 있다. 1978년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들의 30년 궤적을 쫓는 다큐멘터리 <동창생들 Classmates>에서는 중국의 경제개방과 개혁정책이 평범한 개개인의 삶에 미친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전혀 다른 두 도시의 스케치도 있다. 핀란드의 고전 영화, 흑백의 뉴스 화면, 회화 등의 이미지를 통해 아름다운 도시, 헬싱키의 백년 역사를 바라보는 <헬싱키, 포에버 Helsinki, Forever>가 문화사적 시선을 담고 있다면, <테헤란 스케치 Tehran without permission>는 지난 해 국내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던 이란의 부정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의 기록이다.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 그리고 불안한 공기와 너무나 변해버린 테헤란의 풍경을 감독은 고스란히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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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탈 애커만, 허우샤우시엔 등의 회고전 등을 꾸준히 개최해온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올해에도 몇 가지 회고전과 특별전을 준비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포커스는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국내외의 유수의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포진해있다. 김동원 감독의 회고전에서는 실천적 독립다큐멘터리의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상계동 올림픽>(1988)을 비롯, 현대 사회의 미디어 중독을 알리기 위해 한 가족이 한 달 동안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버티는 과정을 가상 실험 형태로 구성한 <미디어숲속의 사람들>(1993), 한국, 중국, 네델란드 등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위안부들의 증언을 담은 <끝나지 않은 전쟁>(2000) 등 김동원 감독의 장단편 다큐멘터리 16편이 상영된다. <송환>이나 <행당동 사람들>과 같이 알려져 있는 작품 뿐만 아니라 김동원 감독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철권 가족>(2001)처럼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모두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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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포르투칼의 시네아스트 페드로 코스타(Pedro Costa)의 전 작품을 소개하는 회고전이 아시아 최초로 열린다. 영화계의 사무엘 베케트로 불리는 페드로 코스타는 리스본 외곽의 슬럼지역 폰테이냐스(Fontainhas)의 도시빈민, 이주노동자 등 소외받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줄곧 이야기해왔다. 현대 유럽 영화 중 가장 난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 꼽히는 <뼈 osso>는 페드로 코스타의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도시빈민을 배우로 기용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조화 속에서 어둡고 미스테리하며 매혹적인 영상 화면을 만들어냈다. <뼈>의 여배우 반다 두아르테와 지타 자매의 실제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반다의 방 In Vanda's room>은 도시 빈민의 삶에 더욱 밀착한다. 슬럼 거리의 어둡고 지저분하며 좁아터진 방에서 헤로인에 중독되어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최면 같은 정지화면으로 묘사되어 사진 같기도 하고 르포르타주 같기도 하다. 그의 데뷔작 <피 blood>, 코스타 작품 세계의 미학적 정점이라 평가되는 <행진하는 청춘 Colossal Youth>을 비롯하여, 그의 장단편 전 작품이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되며, 페드로 코스타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마스터클래스 등도 준비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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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미학적이고 정치적으로는 급진적인 현대 독일 작가 로무알드 카마카(Romuald Karmakar)의 회고전도 개최된다. 로무알드 카마카의 영화는 다큐와 극 간의 전통적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는 점, 그리고, 관객들에게 역사적 발언의 목격자이자, 그 소환된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일자라는 양가적 입장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 유럽일렉트로닉 뮤직 다큐멘터리 3부작, <196BPM>, <악마와 깊고 푸른 바다 사이에서 Between the devil and the wild blue sea>, <빌라로보스 Villalobos>을 비롯, 독일 내에서 많은 논쟁을 동반하기도 했던 영화로, 독일 유태인 학살 주범인 하인리히 히뮬러의 나치회의 연설을 배우 만프레드 자파트카에게 읽게 하고 이를 촬영한 <히믈러 프로젝트 The Himmler project>, 한 정신분석학 교수가 17명의 소년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심문한 실제 기록에 근거하여 만든 <죽음의 사자 The deathmaker> 등이 상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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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이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클래스, 영상문화의 공공성을 묻는 토론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2010년, 다시 10년의 영화제를 준비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봄나물 같은 신선함으로 무장하고 찾아왔다.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펼쳐지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자세한 상영일정과 프로그램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정인선 (자유기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