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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사람] 판시네마 백명선 대표 "영화의 다양한 재미에 주목"

MOON성元 2010. 5. 7. 16:02

[노컷뉴스 영화팀 신진아 황성운 기자]

지난 연말 '뉴문'을 개봉시켜 흥행의 단맛을 맛봤던 판시네마는 올 상반기 마치 숨 고르듯 작지만 인상적인 영화를 조용히 선보였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예언자'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로버트 패티슨이 주연한 '리틀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비록 작은 규모로 개봉됐지만 영화팬들 사이에서 제법 화제를 모았다. 특히 범죄드라마의 수작으로 평가받은 '예언자'는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개봉관을 점차 늘려가며 작은 열풍을 일으켰다.

 

6월부터 한 달 간 무려 3편의 영화 개봉을 앞둔 판시네마는 요즘 발걸음이 분주하다. 세계적인 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연출한 스릴러 '유령작가'를 필두로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는 호러무비 '여대생 기숙사' 그리고 인기시리즈 '트와일라잇' 3편인 '이클립스'가 2~3주차로 개봉된다. 더구나 5월에는 세계 영화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인 칸영화제 필름마켓이 개최된다.

판시네마 백명선 대표는 올해도 어김없이 칸영화제에 참석한다. 언제나처럼 '충동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비행기를 탈 생각이지만 인생은 대체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 영화제 필름마켓

칸 영화제 필름 마켓을 앞두고 있다.

매번 영화제 필름 마켓을 갈 때, '아무것도 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고 간다. 백화점에 '아이쇼핑' 갈 때의 심정과 비슷하다. 간혹 다른 수입사와 경쟁이라도 붙으면 나중에 후회하는 값을 치를 때도 있다. 

아이쇼핑을 하다보면 뭐라도 꼭 사게 된다(웃음).

맞다.(웃음) 올 베를린영화제에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구매했던 '유령작가'가 어떻게 완성됐는지 확인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하지만 '뉴문' 크리스 웨이츠 감독의 신작 '더 가드너'와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트 주연의 '래리 브라운'을 사버렸다. '더 가드너'는 리메이크는 아닌데 이태리 고전 '자전거 도둑'과 꼭 닮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슬럼독 밀리어네어' 분위기가 날 것 같다.  

좋은 영화는 한정돼있기 때문에 과열 경쟁은 불가피할 것 같다.

시나리오만 보고 작품을 구입하면 항상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완성본을 구매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좋은 감독이나 배우가 붙는 영화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판매되기 일쑤다. 기다리면 놓치게 된다. 또 필름 마켓에 가면 그 현장의 열기에 휩쓸려 구매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위 오운 더 나잇'은 칸 영화제 당시 서로 사겠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핫'한 영화였지만 막상 흥행에는 실패했다. 일단 제목에서 호소하지 못했다. 

언젠가부터 영문제목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이 유행이다.

'데블스 에드버킷'(1997)이 그 시작이다. 제목만으로 영화를 홍보해주고,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이해 못할 영어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트렌드다. 곧 개봉할 '여대생 기숙사'의 원제가 'sorority row'다. 중의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제목을 '소로리티 로우'라고 하면 그 뜻을 알겠는가? 미약하지만 저라도 트렌드를 돌려보고 싶다. '유령작가'도 마찬가지다.

 

■ 영화수입 기준과 철학
판시네마의 수입 기준은 어떻게 되나?

종종 어떤 영화를 좋아하느냐란 질문을 받는데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지 않는다. 영화를 구입할 때는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읽는다. 장르를 떠나 재미가 있어야 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확실해야 한다. 반대로 지갑을 열기 위해 가식적으로 포장된 영화는 싫어한다. 진정성을 우선적으로 본다. 또 결국은 개인 취향이 반영된다.

개인적인 취향은 어떤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사실 잘 만든 로맨틱 코미디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 작가로는 '브로큰백 마운틴' '와호장룡' 이안 감독을 좋아한다. 소재가 한정적이고, 구체적인데도 타고난 스토리텔링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무엇보다 재미가 우선이다. 깔깔 웃는 것도 재미고, 펑펑 우는 것도 재미다. 또 인생의 성찰을 느끼는 것도, 몰랐던 것에 대한 놀라움도 마찬가지다. 그런 게 없으면 영화의 존재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당장 '유령작가'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07년에 로버트 해리슨의 소설 '폼페이'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연출하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가 파업으로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유령작가'가 차기작이 됐다. '유령작가'가 프리단계에서 구매했는데 개인적으론 '폼페이'가 상당히 기대됐다. 폴란스키가 거대 제작비와 CG가 동원되는 시대극을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했다. 

판시네마의 대표작으로 떠오른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어떻게 구매했나.

개인적으로 틴에이지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웃음) 갈수록 국적이나 나이, 계급이 사랑의 장애물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니 얼마나 멋진 사랑의 장애물이냐. 2007년 아메리칸필름마켓(AFM)에서 구매했는데 일찌감치 주문을 넣어놓았다. 하지만 한국영화사 30곳이 관심을 보였고 한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그 영화사가 한국수입사와 미팅하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에 "너한테 팔겠다"고 전화가 왔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인가? 아니면 운이 좋았나?

 
가격만 높게 부른다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화를 파는 쪽에서는 수입사가 마케팅을 잘해서 영화를 잘 살릴 건지를 꼼꼼히 따진다. '예언자'는 가격적으로 더 높은 제안이 있었는데도 우리가 수입하게 됐다. 그동안 프랑스 영화를 많이 수입했던 게 주효했다. 그리고 수입할 때 계약은 미니멈 개런티다. 영화가 완전히 실패해도 보전해 주는 최소의 금액이다. 반대로 흥행하면 수익분 일부를 주는 게 관례다. 우리도 '트와일라잇' 때문에 서밋엔터테인먼트에 계속 돈을 보내고 있다.(읏음)  

■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
수입사로 알려져 있지만 오래전부터 한국영화에 상당히 많이 투자를 해 왔다.

사실 한국 영화를 하려고 영화사를 시작했다. 외화 수입은 한국 영화를 1년 내내 할 수 없기 때문에 영화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하게 됐다. 특히 제일 자긍심을 갖는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다'다. '올드보이'는 우리가 1호 투자자다. 사실 그때만 해도 박찬욱 감독이 세계적 명성을 얻기 전이었고 투자자들도 앞 다퉈 관심을 보일 때는 아니었다.  

지난 해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을 첫 제작영화로 선보였다.

 
판시네마-중국 30%, 우리가 70% 정도 투자한 한중합작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데뷔작부터 눈여겨봤었다. 가끔 영화보고 깜짝 놀라는 작품들이 있지 않나.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내겐 그런 작품이었다.

jabongdo@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