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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말고, 서울의 이 길 아세요? - 서울 올레길 ① … 불암산 둘레길

MOON성元 2010. 8. 11. 13:40

 

 

근래 제주도에서 개발한 올레길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후 지역마다 올레길 열풍이 대단하다. 지방마다 다투어 개발한 올레길이 사람들에게 손짓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레란 제주도 사투리로 좋은 길, 작은 길이란 뜻이다. 우리 옛말인 고샅길, 마실길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셈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대도시 우리 서울에도 과연 올레길이 있을 수 있을까? 거기서 출발한 것이 '新 서울, 전설의 고향'을 마치고 오늘부터 연재할 '서울 올레길' 기획이다. 제주도와 지방의 올레길과 성격이 다르지만 한층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서울의 올레길들을 발견해보자. 오늘 소개할 그 첫 코스는 노원구 도심 둘레길이다.

 

서울에 숨겨져 있는 아름답고 멋진 길을 찾아 지하철 6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태릉입구역에서 내려 8번 출구로 나섰다. 출구 바로 앞은 예쁜 연못이 있는 작은 쉼터. 묵동천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으로 둑길이 나타난다. 자전거 도로다. 이 길은 3km가 넘는 구간이 아치형으로 멋있게 꾸며진 장미터널, 100여 미터쯤 걷자 장미정원이다. 여름철인데도 드문드문 꽃을 피운 16종, 3600여 그루의 장미들이 5월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멋진 풍경이다. 걷기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장미터널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불암산 둘레길로 가는 길은 이곳에서 뒤돌아서야 한다, 묵동천으로 내려서면 멋진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곳 조금 아래쪽에 징검다리가 예스럽다. 그러나 징검다리를 건너지 말고 북부간선도로 다리 밑을 통과하여 오른편 중랑천을 따라 걸어야 한다. 이 길에선 왼편으로 억새밭을 지나 중랑천이 유유히 흐른다. 오른편으로는 북부간선도로가 달리고, 그 아래로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길을 따라 걷노라면 물길 위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삼복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잠깐 걷자 저 앞에 한천교가 중랑천을 가로지르고, 그 뒤쪽으로 다시 간선도로 위를 가로지른 육교가 나타난다.

육교로 올라 왼편 둑길로 내려서자 작고 아담한 정자가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정자에 앉아 잠깐 쉬며 아리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른편엔 대동아파트, 왼편은 넝쿨식물이 뒤덮인 울타리 너머로 간선도로가 달린다. 아파트와 방음벽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는 맛이 쏠쏠하다. 조금 더 걸으면 풍림아파트 뒷길이다. 그 길을 따라 걷다가 102동 방음벽 사이로 난 쪽문을 통과하면 아파트 단지. 왼편 숲길을 계속 걸어 단지를 벗어나면 길가에 늘어서있는 400여 미터 소나무 숲길이다. 우와~ 서울 도심에도 이렇게 싱그러운 길이 있다니! 놀라운 마음을 진정하며 왼편 굴다리를 지나 저만큼에 있는 서울산업대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선다.

 

 

캠퍼스를 가로질러 가는 길엔 줄기가 붉은 커다란 한솔들과 함께 옆으로 구부러져 지팡이라도 짚고 서있는 것 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이채롭다. 불암산 골짜기를 타고 흘러온 시냇물이 대학교 구내를 통과하는 개천을 따라 후문인 창의문을 나서면 앞을 가로막은 큰 길.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는다. 원자력병원 앞을 지나자 건널목 길 건너편으로 옛날 모습의 문 하나가 멋스럽게 서있다. 공릉산백세문(孔陵山百歲門)이다. 문을 들어서 오르는 길이 바로 불암산 둘레길인 하루길, 나절길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오르락내리락 산길이다. 그러나 잠깐 동안은 인근 군부대 차량들이 드나드는 제법 넓은 길이 이어지다가 오르막 경사가 약간 높아지면서 좁은 산길로 이어진다. 산길 중에는 맨발로 걸어보세요, 라는 ‘맨발길’도 만들어져 있다.

산길이라고 해도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경사도 완만하고 길도 평탄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찌는 듯한 무더운 삼복더위는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신다. 길가에는 때마침 피어난 누리장나무 꽃들이 특유의 향기를 내뿜어 무더위와 걷기에 지친 피로를 풀어주고, 여름 숲의 운치를 더해준다. 그렇게 한참 올라가자 불암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과 삼육대학교로 내려가는 세 갈래 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오른편 내리막길로 방향을 잡으면 삼육대학교로 가는 길이다. 이제부터는 역시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길이어서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내리막길을 잠깐 걷자 등산로가 막혔다는 표지와 함께 삼육대학교 제명호로 내려가는 울타리 쪽문이 열려 있다.

 

 

다시 약간 가파른 내리막 산길을 느긋하게 걸어 내려가자 골짜기에 숨어 있던 작은 호수가 나타난다. 제명호다. 호숫가에서는 어린이 두 명이 물가에 앉아 재미있게 물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여기서부터는 호수물이 흘러내리는 실개천을 따라 잘 다듬어진 길을 걸어 내려간다. 곧 삼육대학교 캠퍼스가 나타난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교정은 역시 크고 멋진 소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불암산 골짜기와 제명호에서 흘러내린 물은 시냇물이 되어 교정을 통과하고 있었다. 삼육대학교 정문을 나서자 오른편에 강릉 출입구가 나타났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다. 강릉은 태릉의 주인공인 문정왕후의 아들이며 조선 제13대 임금인 명종과 왕비 인순왕후 심씨의 능으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왼편의 넓은 도로를 따라 나란히 이어진 인도를 걷는다. 오른편은 강릉과 태릉 사이에 있는 선수촌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들, 울창한 숲길이어서 왼편의 넓은 도로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멋진 길이다. 태릉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편에 왕릉전시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능으로 향했다. 경내는 다른 어느 왕릉보다도 넓어 보인다. 주변은 울창한 소나무 숲이어서 향긋한 소나무향이 감미롭다. 태릉은 중종임금의 제2계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능이다. 근처에 있는 강릉의 주인공인 명종의 모후로, 명종이 어린나이로 즉위하자 8년간 수렴청정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분이다. 능제는 봉분에 운채와 십이지신상이 새겨진 병풍석과 난간석, 그리고 곡장이 둘려진 봉분 주위에는 석양, 석호 등이 호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봉분 앞에는 상석(혼유석)과 망주석, 장명등. 문인석과 무인석, 석마 등이 배치되어 있는 전형적인 왕릉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태릉을 둘러보며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잠깐 쉬는 동안 온몸을 흠뻑 적셨던 땀이 말랐다. 태릉을 나와 처음 길을 나섰던 태릉입구역으로 향했다. 조금 걷자 오른편에 서울여자대학교가 나타난다. 불암산 자락에는 육군사관학교 외에도 서울산업대학교와 삼육대학교, 그리고 서울여자대학교 등 세 개의 대학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길은 여전히 넓은 도로와 나란히 이어진 인도다. 조금 더 걷자 경춘선 철길이 지나는 건널목이 나타나고, 경춘선 철길은 오른편으로 인도와 나란히 이어지고 있었다. 철길은 요즘 보기 드문 단선, 외길이었다. 머지않아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면 기찻길의 임무를 마치고 시민들과 친근한 공원으로 바뀔 모습이 기대된다. 가로수와 숲길 사이로 뚫린 고즈넉한 철길과 나란히 걷다가 묵동천을 가로지른 다리로 연결된 두 곳의 4거리를 지나자 태릉입구역이 나타났다. 장미 꽃길과 중랑천 냇가길, 그리고 불암산 산길과 두 개의 대학 캠퍼스를 통과하고 앞을 지나는 길, 역사가 깃든 왕릉과 도심을 통과하는 단선 철길을 끼고 나란히 걷는 아름답고 멋진 길, 불암산 둘레길을 연장하여 태릉입구역에서 시작하여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16km 길은 색다른 도시개념의 올레길이었다. 4시간이 지나 있었다.

 

◈ 노원구 도심과 불암산 둘레길 걷기 요약정리

1. 코스: 태릉입구역 8번 출구~묵동천~중랑천~첫 번째 육교 건너~서울산업대~불암산 둘레길~삼육대~태릉~태릉입구역(원점 회귀)

2. 구간별 소요시간: 태릉입구역~서울산업대 = 1시간 20분
서울산업대~불암산둘레길~삼육대 = 1시간 30분
삼육대~태릉~태릉입구역 = 1시간 10분 * 총 4시간 소요

3. 특징과 볼거리:
- 하나, 중랑천 둑길의 장미터널과 하천변길
- 둘, 서울산업대와 삼육대학을 관통하는 캠퍼스 풍경
- 셋, 불암산 둘레길의 호젓함과 태릉에서 만나는 조선왕릉의 역사유적까지 아우르는 멋진 원점 회귀 도시형 올레길.

4. 교통편: 거미줄처럼 서울 시내를 연결하고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6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태릉입구역 8번 출구에서 출발하고 돌아옴.

 
시민기자/이승철 
seung81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