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시대의 신개념 성곽 답사 - 다녀왔습니다 … 서울성곽 스토리텔링 투어 시연
입추와 말복이 지났건만 비구름을 끼고 무더운 날씨에, 시민과 함께 하는 도성구간답사의 시연에 참석하기 위해 4호선을 타고 한성대 역에 내렸다. 혜화문에 당도하니 이미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오늘 실시하는 스토리텔링 투어 시연은 시민과 함께 하는 세번째 행사다. 지난 6월부터 월 1회씩 서울성곽을 4구간으로 나누어 이야기가 있는 투어를 실시해왔는데, 오늘은 제3구간의 날로 혜화문에서 낙산정상~흥인지문~광희문까지가 코스다. 이 구간은 지리상 내4산 중 동쪽에 위치하며 가장 낮은 125m의 낙산이 있고, 소문 2개 사이에 대문이 하나 있는 지역으로 인근에 역사 속 숨은 이야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니 혜화문 앞 시민들은 약 40여 명으로 늘어 있었다. 우선 본격적인 출발 전에 참가자들은 간단한 선물을 받았는데, 종로구청에서 제작한 '서울성곽 관광안내지도'와 서울청년연합(이하 KYC)에서 만든 '도성일주답사 가이드북'이란 소책자다. 특히 '서울성곽 관광안내지도'는 A3용지보다 약간 크며, 지도 상에 서울성곽 구간별 거리와 소요시간, 성곽진입지점 교통편, 성곽주변 관광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이해가 쉽다. 또한 현재의 성곽(붉은색 표시)과 소실된 성곽(흰색), 그리고 서울성곽 걷는 길(점선 표시) 등이 자세히 표시된 게 특징이다. 한편 서울KYC에서 제작한 가이드북은 41페이지 분량으로 도성과 관련해 읽을 만한 이야기 꺼리도 많아 가이드북으로서의 도움뿐 아니라 재미까지 있는 책이다. 서울KYC의 도성길라잡이 박병원 씨가 간략히 행사를 소개하고 나자, 인원을 3개조로 편성하였다. 인원이 많아 편의상 1조는 혜화문 길 건너편으로 이동하자고 제안하여, 한성대역 지하계단을 이용하여 주유소 옆길로 하여 성벽 앞으로 이동하였다. 언젠가 이 끊어진 성벽의 도로 위로 성곽 '오버브릿지(over-bridge)'를 만들어 혜화문과 낙산구간을 연결할 계획이라고 한다.
1조 해설을 맡은 박민정 씨는 도성길라잡이 교육을 받는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첫 시연을 하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말을 하였다. 성벽 구간을 이동하면서, 성벽 밑과 정자에 앉아서 그리고 낙산 정상에서, 단종왕후 이야기며, 정업원터 이야기며, 동대문 각자에 얽힌 이야기 등 재미있게 스토리텔링을 펼쳐나간다. 동대문 역사박물관과 이간수문을 지나 동대문 운동장 성화대 옆을 지나 광희문 앞에 도착하니 어느새 약 2시간 30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성곽 속에 숨어 있는 비밀과 역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냥 답사하는 것보다 훨씬 색다른 맛과 재미에 빠져 들었다.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려면 성곽에 관한 역사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지형과 지리 등 다양한 지식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오늘 어려운 해설을 맡은 모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됐다. 성곽답사를 마치고, 어린아이와 같이 온 할머니가 계셔서 한마디 부탁했다. 할머니는 방학이라 광주에서 올라온 손녀(초등학교 4학년)를 데리고 오고 싶어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했다며, 이번 답사는 그냥 다니는 것보다 특별히 재미있었다고 하신다. 손녀 역시 '힘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아주 재미있었어요”라고 대답한다. 광주에 내려가면 서울성곽을 친구들에게 자랑 할 거라며 밝은 웃음과 함께 말한다.
서울이 고향이며 행당동에서 학교를 다니셨다는 한 주부(50대)는 서울에 살면서 성곽길은 처음 걸어본다며 아주 좋은 추억을 가지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지도에 스탬프를 찍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4구간 답사는 9월 광희문에서 남산을 거쳐 숭례문까지라는 여운과 함께 말이다. 이번 성곽 답사 중에 한성대역 4번 출구 삼선주유소에서 성곽 길로 진입할 때 마을을 통과하는 좁은 언덕길 위의 도로 바닥에 “조용히 해주세요” 라는 글귀를 보았다. 올라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다시 내려와 읽어 보았다. 도로에 접한 이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시끄러웠으면 길 바닥에 페인트로 이렇게 적었을까를 생각하여 본다. 금년 10월로 예정된 '서울성곽 스토리텔링 투어' 프로그램이 더욱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장소에 따라서 골목길에 사시는 주민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세심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니, 서울성곽이 아니라 어떤 답사든 혹은 관광이든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성숙한 문화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배려와 소통의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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