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 이러니 동안미녀 살렸지…희귀 쿨 레이디
【서울=뉴시스】백영미 기자 = 화장이 동안비결이라는 여자. 외모 지상주의 시대, 동안과 몸짱 열풍이 불고 있는 세상에서 작은 키 덕에 드라마 속 캐릭터가 귀엽게 보인다는 여자. 성격이 동적이지도, 정적이지도 않지만 캐릭터가 동적이어서 실제 성격과 갭이 굉장히 크다는 여자. 체력관리에는 "고기가 최고인 것 같다"는 여자. 고기는 구운 고기가 좋다는 "나름의 고기철학이 있다"는 여자.
장나라(30)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KBS 2TV 드라마 '동안미녀'에서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34세 '이소영'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아홉살 어린 동생인 척 패션회사에 취업, 온갖 시련을 딛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일곱살 연하 '최진욱'(최다니엘)과 사랑의 결실도 맺는 인물이다.
"언덕, 보도블록 위 등에서 할 수 있는 연기는 다 했어요. 그런데 키 차이가 많이 나서 촬영 내내 놀림을 받았어요. 정말 힘들었구요, 상대 배우들을 올려다보느라 흰 눈동자가 화면을 한가득 채워서 깜짝 놀랐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래서 소영이가 더 애처롭고 귀엽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근데 너무 작게 보시더라구요, 그렇게 작진 않은데…."
프로필상 장나라의 키는 163㎝다. 상대역인 최다니엘과 류진(39)은 186㎝, 함께 출연한 홍록기(42)는 180㎝, 유태웅(39)은 184㎝다. 특히 최다니엘과는 기습 키스, 콧등 키스, 딥 키스 등 별의별 키스신을 다 찍었다. 극본상의 느낌과 다르면 다시 찍고, 아이디어가 풍부한 최다니엘 덕분에 웃기도 많이 웃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키스로는 딥키스를 꼽았다. 디자인 경합에서 승리한 뒤의 콧등 키스도 좋았다고 고백했다.
"이상형은 최다니엘씨에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최다니엘씨라기보다 최진욱씨에요. 다니엘씨는 연기 할 땐 다른 사람 같아요. 그래서 최진욱으로 봤을 때 진짜 멋있어요. 연상녀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정말 많이 갖고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드라마 촬영을 하는 동안 고기생각이 간절했다. "드라마 끝나면 고기를 많이 먹고 싶어요. 원래 하루에 한번 고기를 꼭 먹고, 놀러 가면 삼시세끼 다 고기를 먹거든요. 그런데 고기를 먹고 촬영장에 들어가면 냄새가 너무 심해서 촬영 내내 고기를 거의 못 먹었어요. 촬영이 끝났으니 고깃집에 많이 가고 싶네요. 개인적으론 구운 고기를 좋아해요. 나름의 고기 철학이 있답니다. 하하."
6년 만에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며 느낀 점도 많다. "소영이를 연기하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느꼈어요. 사실 몇 년간 정말 힘들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까 축복받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소영이는 수가 전혀 없는 친구잖아요? 그 친구처럼 깨져도 계속 부딪치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동안미녀'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인 16.2%(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5월2일 첫회에 6.1%에 그치며 외면받다시피 한 드라마다.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공감을 얻은 것 같아요. 소영이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둥바둥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재미있는 캐릭터도 많고 같이 연기하는 선생님들, 어린 친구들, 또래 연기자들이 제 몫을 다 해준 것 같아요."
이야기가 다소 상투적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캐릭터를 연기로 잘 풀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잘은 모르지만 드라마가 약간 촌스러운 것이 있으면 세련된 것도 있고, 어딘가 한 구석이 부족하면 완벽하게 꽉 짜여져 있는 게 있잖아요. 사람도 완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술한 사람이 있듯, 흠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드라마의 매력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장나라는 솔직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자신이 주연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자세히는 모른다. 오히려 인터넷을 하다가 자신의 이름이 눈에 띄면 더 보지 않는 편이다. '동안미녀' OST 중 '오월의 눈사람'을 작곡해 선물한 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46)이 자신의 팬이라는 말에 "아, 진짜요? 어, 대박이다"며 입을 딱 벌린다. 등이 많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촬영의상에서 제외됐던 민소매 원피스에 열광한다. 세월이 지나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이지만 동안비결은 화장이란다.
"정말 저는 화장을 꼭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원래 나이로 보이거나 어떨 땐 원래 나이로라도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이가 들어보여서요. 가끔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 느낌이 나기도 해요. 스모키 화장도 좋아하구요. 안 한 것 같고, 덜 한 것 같지만 한 군데도 빠짐없이 체크해요."
어느덧 30대로 접어든 장나라는 연극배우인 아버지 주호성(61·장연교)의 결혼 타령도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다. 할머니가 '옷은 왜 그렇게 대충 입고 다니니, 새 앨범은 언제 나오니'와 함께 '삼단 콤보'로 항상 가장 먼저 하는 말이 '결혼은 언제 하니'다. 물론, 물건 구매를 앞두고 혹은 어려운 결정을 눈 앞에 두고 주위에서 '남편이랑 상의해 볼게'라고 말하면 몹시 부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갈팡질팡이다. 혼자가 편한 것 같기도 하고, 혼기를 놓치면 결혼을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박)경림 언니랑 (이)수영 언니가 시집을 가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아빠가 '나는 언제 저런 손주 안아보느냐'고 말씀하시면서 항상 궁금해 하세요. '결혼생각이 없다'고 하면 갑자기 진지해지시면서 결혼을 해야하는 이유를 얘기 하세요. 아빠는 급하신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결혼은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아주 오랜시간 각자 살았던 사람끼리 가족을 이뤄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지금은 일이 우선이다. 스물여덟, 아홉부터 일 욕심이 많이 생겼다. 아직 작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팬들과 만나고 싶다. 디지털 싱글 앨범도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다만 연기력 있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해요. 특별한 시선을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아이는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고 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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